트럼프 “이란 정부 분열…통일된 제안 내라”
‘휴전 연장-호르무즈 역봉쇄 유지’ 밝혀
이란 “해상봉쇄는 군사적 공격 다름없어”
휴전 연장 인정 않고 군사적 대응 경고
美, 이란 돈줄 죄는 ‘경제적 분노’ 기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이란과의 휴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란과 합의한 ‘2주 휴전’ 종료 시한인 22일 저녁(미 동부 시간·한국 시간 23일 오전)을 불과 하루 앞두고서다. 이번에는 “협상이 타결 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며 사실상 ‘무기한 휴전 연장’을 선언했다. 이란 측은 “이란은 휴전 연장을 요청한 적 없다”며 “휴전 연장은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을 버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 트럼프, 공격은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는 유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됐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과 셰바즈 샤리프 총리로부터 이란 지도부와 대표들이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공격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측에서 제안을 제출하고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할 것”이라며 휴전 연장을 공식화했다.
다만 그는 “우리 군에 봉쇄 작전을 지속하고 그 외 모든 면에서는 항상 준비 태세를 유지하도록 지시했다”며 호르무즈 해협 역(逆)봉쇄는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요청’을 명분으로 앞세워 이란이 통일된 종전 제안을 가져올 때까지 공격을 멈추는 대신,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는 유지하는 이른바 ‘경제적 분노(Operation Economic Fury)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 이후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끌던 JD 밴스 부통령도 파키스탄 방문을 무기한 연기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방문 일정을 무기한 취소했으며 추후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 이란 측 “트럼프 선언 의미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무기한 연장 방침에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휴전 연장 발표에 대해 “휴전 연장의 실질적인 의미는 거의 없다”며 “휴전 연장은 분명히 기습 공격을 위한 시간을 버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반관영 매체는 또 “이란은 휴전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측 1차 협상단 대표였던 칼리바프 의장의 고문인 마흐디 모하마디는 엑스(X)를 통해 “이란이 주도권을 잡을 때가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의 해상 봉쇄 지속은 사실상 군사적 공격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이란은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국영방송(IRIB)은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연장 발표 직후인 이란이 미국의 휴전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국익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산하 타스님 통신도 미국의 해상 봉쇄 지속을 두고 “적대 행위의 지속을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타스님 통신은 “봉쇄가 지속되는 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봉쇄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타스님을 통해 “이란을 상대로 한 공격이나 어떤 행동이 있을 경우 이란 군은 정해놓은 표적에 강력한 타격을 즉시 가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다시 따끔한 맛을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살얼음판 위에 놓인 휴전
미국과 이란과 2차 협상이 무산되면서 종전 협상 자체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쟁을 종식시킬 영구적인 합의로 가는 길이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명확한 ‘최후 통첩 시한’을 제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협상이 타결 될 때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무기한 휴전 연장 선언을 한 셈인데, 어정쩡한 상태로 휴전이 살얼음판 위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험 부담이 큰 양국의 치킨 게임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준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 노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WSJ는 “이란의 새 지도부는 2만 회가 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한 제재 완화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경제적 고통을 견뎌내고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의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중재자들도 WSJ에 “이란이 막판에 내놓은 협상 불참이라는 예상치 못한 조치는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에 대한 분노와 함께 이란의 강경파들이 미국에 최대한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많은 이란 관리들이 지난해 6월, 12일간의 전쟁을 너무 빨리 종식시킨 결정을 전략적 실수로 여기고 있다”며 “전쟁 후 미국이 경제 압박을 강화하면서 이러한 시각은 더욱 굳어졌고, 이는 올해 1월 정권을 뒤흔드는 시위로 이어지는 등 위기를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 美, 경제적 제재로 이란 압박 나서
한편 이란과의 휴전을 연장한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군사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경제적 분노 작전’을 통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X를 통해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 미 해군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해상 무역을 제한하는 것은 정권의 주요 수입원을 직접 겨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무부는 ‘경제적 분노’를 통한 최대 압박을 지속해 이란의 자금 창출·이동·환수 능력을 체계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라며 “비밀거래나 금융을 통해 이러한 흐름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선박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무기 및 무기 공급망 조달에 관여했다며 14개 개인과 기관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대상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무인기 부품을 공급한 전자회사 관계자 등이 포함됐다.
미국의 경제적 분노 작전에 대해 WSJ는 “백악관은 이란의 경제적 자원을 차단함으로써 이란 정권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이란 지도자들이 핵 프로그램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양보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해협 봉쇄 조치로 이란은 하루에 4억 달러(약 59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최근 해상 무역이 이란 경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만으로도 이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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