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케심섬 해안에 18일 이란의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이 보이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2척의 선박을 공격, 현재 나포하고 있다고 이란 국영 TV가 22일 보도했다. 2026.04.22. AP=뉴시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유료화하는 조치에 나서면서 글로벌 해운·에너지 시장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성이 흔들릴 경우 에너지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이란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하기 위해 리알, 위안, 달러, 유로 등 4개 통화로 구성된 특수 계좌를 개설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이 부과하는 통행료는 해당 계좌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복수 통화를 허용한 것은 국제 제재를 우회하면서 다양한 결제 수단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이 통행료 징수를 공식화할 경우 국제 해운업계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원유 운송 비용 상승은 국제 유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물가와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이후 해협 봉쇄 상황과 맞물려 나왔다. 이란은 지난 2월 말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왔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단행했다. 양측의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해상 교통로의 군사적 긴장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일부 선사들은 항로 변경과 보험료 인상 등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의회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명시하고 통행료 징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을 추진해왔다. 실제로 이란 군은 이미 일부 선박으로부터 현금 형태의 통행료를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계획이 아닌, 이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조치는 단순한 재정 확보를 넘어 지정학적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협 통제권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서방에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전쟁 장기화로 인한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비 상승과 유가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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