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의 엥겔랍 광장 사거리의 초대형 옥외광고판에는 이같은 문구와 함께 미국 군용기가 이란군의 그물에 걸린 합성 사진이 내걸려 있다. 체제 선전 거점으로 자리 잡은 엥겔랍 광장에선 4일(현지 시간)에도 이란 정부를 지지하고 미국을 규탄하는 친(親)정부 시위가 열렸다. 특히 자극적인 초대형 그림을 붙인 광고판은 광장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엥겔랍 광장을 비롯한 테헤란 전역에는 초대형 선전물이 시내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모양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을 꿰맨 모습, 이란의 전쟁 영웅들이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단호하게 막아 선 그림, 공습을 받아 피로 얼룩진 미군 항공모함 등이 초대형 옥외광고판에 걸렸다.
이란 정부는 이른바 ‘반(反)미 미술’을 수십년 간 적극 활용해 왔다. 테헤란 미국 대사관 터에 해골 얼굴을 한 자유의 여신상 벽화를 그려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1979년 11월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이 발생해 미국인 52명이 444일간 인질로 붙잡혔던 장소로, 이란은 점거일을 기념일로 지정해 미국에 대한 저항과 승리를 기리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면전이 발발한 이후 이란 정부는 선전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선전·선동 의도를 담아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정교한 조작 영상을 온라인에 쏟아내는 한편, 옥외 선전물도 전쟁의 흐름에 맞춰 자주 교체하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 직후에는 그와 부친 알리를 나란히 등장시킨 그림을 통해 정통성을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이란이 호르무즈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메시지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광고판 작업은 이란 혁명수비대 연계 단체인 ‘이슬람 혁명 디자이너의 집’이 담당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오우즈 예술 미디어 기구’ 소속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6월 대선에서 선거 조작 의혹으로 촉발된 녹색혁명 이후 이란 정권은 체제 정당성 확보를 위해 도시 곳곳을 선전 포스터로 도배하고 언론 및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전 활동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광고판을 배경으로 친정부 집회가 열리고, 평소에도 충성파들이 운집하는 엥겔랍 광장은 치밀하게 설계된 선전 공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란 홍보 전문가는 “광장서 매일 이란 국기와 헤즈볼라 깃발 등을 흔드는 젊은 여성들은 정부에 고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까지 일부러 내세워 이란 사회의 통합과 결속을 과시하고 있다”고 더타임스에 전했다.
외신 또한 테헤란의 옥외광고판에 주목하고 있다. 시의성을 지닌 자극적인 이미지와 문구를 담은 광고판이 글로벌 언론을 통해 확산하며 이란 정부가 의도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런 린빌 미국 클렘슨대 교수는 “이란의 눈에 띄는 대형 벽화들은 서구 미디어 생태계에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며 “광고판은 비용 대비 효과가 강력한 선전 도구”라고 유럽자유라디오에 말했다.
이란 테헤란의 한 광장에서 2일 차량들이 호르무즈 해협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술을 꿰매는 그래픽이 그려진 광고판을 지나가고 있다. 이란과의 평화 협정 체결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이 4일 계속되는 경제적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2026.05.04 [테헤란(이란)=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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