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자 귀국, 트럼프가 남아서 일하는 게 어떠냐 해서 늦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1일 0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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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워싱턴 주미대사관서 브리핑
“트럼프, 한국 입장 확인하려 절차 중단
조현, 귀국했다가 재입국하겠다고 밝혀”
전세기 한국시간 내일 오전1시 출발할 듯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을 태울 대한항공 B747-8i 전세기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이륙하고 있다. 인천공항=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외교부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에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국이 지연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잔류 권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수갑 문제 때문에 우리 국민 석방이 지연됐다는 국내 보도에 대해 사실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금된 한국인들은 당초 10일 오후 2시 30분경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이 갑자기 중단 요청을 하면서 일정이 변경됐다.

이 관계자는 “오늘 오전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우리 국민이 모두 숙련된 인력이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일하면서 미국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과 아니면 귀국하는 방안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 지시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장관은 우리 국민이 대단히 놀라고 지친 상태여서 먼저 귀국했다가 다시 돌아와 일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미국도 우리 의견을 존중해 (구금 한국인이) 귀국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 당국의 엄격한 호송 규정에도 우리가 강력히 요청한 대로 수갑 등의 신체적 속박 없이 구금시설에서 공항으로 호송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구금된 한국인 317명(남성 307명·여성 10명) 가운데 1명은 자진해 현지에 남기로 결정했으며, 316명이 귀국길에 오른다. 여기에 중국인 10명, 일본인 3명, 인도네시아인 1명 등 외국인 14명도 전세기에 탑승할 예정이다. 전세기는 11일 정오(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에 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금 상태에 있는 우리 국민이 내일은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수 있게, 또 그런 과정에서 일체 수갑을 채우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분들이 다시 미국에 와서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것도 확약받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투자에 맞춰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들고 우리 기업들의 인원들이 미국에 방문해 작업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국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 간 워킹그룹을 만들어 새로운 비자의 형태를 만드는 것을 신속하게 협의해 나간다는 것까지 다시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오늘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 300여명의 우리 국민이 시설에 갇혀있다 보니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초유의 사태 아닌가. 그동안 외교부 장관들이 워싱턴 출장도 많이 오고 했지만 이런 일이 또 있었겠는가”라며 “미국에 대해서도 어떻게 우리의 불만, 국민의 분노 이런 것을 강하게 전달할 것인가 매우 고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정상회담이 아주 순조롭게 잘됐고 양 정상간 신뢰 관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번 일이 이렇게 풀릴 수 있지 않았나 분석한다”며 “여러 음모론 같은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고 잘 분석해봐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오전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제조업 부흥 노력에 기여하고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미국에 온 한국 근로자들이 연행되는 과정이 공개돼 우리 국민 모두가 상처와 충격을 받은 데 대해 깊은 우려를 전달했다.

특히 범죄자가 아닌 만큼 수갑 등에 의한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하게 미국을 출국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미국 재방문에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미 행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 또 유사 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국무부 워킹그룹의 신설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이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민의 민감성을 이해한다”며 “특히 미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화답했다.

#외교부#한국인 귀국#미국 구금#전세기 운항#한미 정상회담#워킹그룹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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