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계획 중인 징후를 포착했다고 독일 정보기관 수장이 10일 밝혔다. 러시아가 나토와의 경계선을 1990년대 후반 당시로 밀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도 “러시아가 앞으로 5년 내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망하는 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브루노 칼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사진)은 현지 팟캐스트인 테이블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가 서방으로 향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며 러시아의 나토 회원국 공격 계획을 보여주는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나토의 집단방위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토 조약 5조는 동맹국 중 한 곳이 공격받으면 모든 동맹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집단 대응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목표가 미국을 유럽에서 몰아내고, 나토를 1990년대 후반 당시 경계선까지 밀어내는 거라고 분석했다. 당시엔 나토 회원국들의 국경이 지금보다 훨씬 서쪽에 형성돼 있었다. 구소련 주도의 바르샤바 조약에 묶여 있던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이 소련 붕괴 이후인 1999년 나토에 가입하면서 나토의 동진(東進)이 시작됐다. 이어 소련 지배하에 있었던 발트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도 2004년 나토에 들어왔다. 중립국이던 핀란드와 스웨덴도 각각 2023년과 지난해 나토에 가입했다.
칼 국장은 향후 러시아의 침공 방식에 대해 “에스토니아로부터 억압받는다고 알려진 러시아 소수민족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작은 녹색 인간들(little green men)’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작은 녹색 인간들’이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때 투입한 표식 없는 군복 및 민간인 복장의 러시아 병사들을 말한다.
다만, 그는 아직까지 미국과의 군사 협력은 안정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도 방어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건 미국의 정당한 요구”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뤼터 사무총장은 9일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러시아는 5년 내로 나토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가 됐을 수 있다”며 “(나토가) 방위 계획을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병력과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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