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입증하려면 직접 와 서류내라”
압류 재산 군인-러시아계에 주기로
우크라, 20개항 구성 종전안 공개
점령지-자포리자 원전 등 입장차 커
2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얼굴에서 피를 흘리는 시민이 깨진 집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이날 러시아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4세 어린이 등 최소 3명이 숨졌다. 키이우=AP 뉴시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내 재산 강탈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가 23일 보도했다. 사실상 점령지가 ‘러시아 영토’라는 점을 선언한 것으로, 종전 협상 등에서 점령지를 양보할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가 우위라는 점을 부각시켜 현지에 남은 주민들의 ‘러시아화’까지 의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성탄절 메시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그가 소멸하기를 바란다(May he perish)”고 했다. 사실상 노골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죽음을 기원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전황에서 확연한 열세인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러, 점령지서 우크라 피란민 소유 주택 몰수
최근 러시아 하원(두마)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주에서 러시아법에 의해 등록되지 않은 재산을 국가(러시아)가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압류한 자산을 군인, 공무원, 러시아계 주민 등에게 나눠 준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이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이미 약 5000채의 아파트가 러시아 당국에 넘어갔다. 이 외에도 매주 100∼200채의 집이 추가로 러시아에 압류되고 있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로 인해 이 4개 주에 거주했지만 전쟁 발발 후 다른 곳으로 피란을 간 우크라이나인들은 졸지에 집과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 당국은 “소유권을 입증하려면 직접 현지로 와서 러시아 여권, 관련 서류 등을 제시하라”며 사실상의 재산 몰수 의지를 드러냈다.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에 거주하다 피란을 떠난 안나 셰우첸코 씨(30)는 “러시아가 내 아파트를 뺏고 있지만 막을 힘이 없다는 사실이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 美 중재 속에서도 러-우크라 입장 차는 여전
한편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4일 20개 항으로 구성된 종전안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의 안전보장 제공 △우크라이나 및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불가침 정책 공식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영토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여전하다.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을 기반으로 러시아와 협상할 것이며, 해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 러시아군도 철수해야 한다고 외친다. 러시아는 점령 4개 주에서의 우크라이나군 완전 철수, 영토의 완전한 양보 등으로 맞선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이며 전쟁 발발 뒤 러시아가 통제 중인 자포리자 원전의 운영 방안을 둘러싼 갈등도 크다. 미국 측은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가 공동 지분을 갖고 경영은 미국인이 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를 배제한 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50 대 50으로 합작 기업을 세워 운영하기를 바란다. 러시아는 두 방안에 모두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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