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동맹 상징’ 현대차-LG공장 한국인 300명 체포…‘마스가’ 균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5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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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헬기 동원 조지아주 공장 급습
불법 체류 혐의 근로자 475명 체포
단기체류용 ESTA로 근무한게 문제된듯
급물살 타던 ‘마스가 공조’ 흔들릴 수도

영상캡쳐=소셜미디어 틱톡
영상캡쳐=소셜미디어 틱톡
미국 정부가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을 단속해 불법 체류 혐의로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인 조지아주에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대규모 단속이 진행되면서 한미 경제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 알코올·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은 4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현대 메가사이트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수행해 최대 약 475명의 불법 체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영상캡쳐=소셜미디어 엑스
영상캡쳐=소셜미디어 엑스
이날 단속에는 ATF뿐만 아니라 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등 다수의 미국 정부기관이 동원됐다. 외교당국 등에 따르면 체포된 475명 가운데 한국인은 한국에서 출장 간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을 포함해 공장 설비 작업을 하던 한국 협력사 직원 등 300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린지 윌리엄스 DHS 공보관은 “노동력을 착취하고 연방법을 위반하는 자들은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단속에 HL-GA 공장 건설은 ‘올스톱’ 상태가 됐다. 목표로 했던 내년 가동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5 대 5 지분으로 법인을 세우고, 43억9000만 달러(당시 약 5조7000억 원)를 투입해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었다.

이번 단속은 마치 군 작전처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 영상을 보면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한 미국 당국 관계자는 “현장 전체에 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진행 중인 작업을 모두 끝내라”고 지시한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인 포함 현지 직원들을 줄지어 세운 뒤 질문하거나 가방을 수색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장갑차, 헬기, 이송용 버스 등도 사전에 동원됐다.

이번에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비즈니스 회의, 계약 목적으로 받는 ‘B1’ 비자와 단기 체류 목적의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육체 노동이 금지되어 있서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지아주 건설 현장 인근의 한 교민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는 반면 공사를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은 커졌다고 들었다”며 “불가피하게 ESTA를 통해 현장을 챙기다 사달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임직원 및 협력사 인원들의 안전과 신속한 구금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 및 관계 당국과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75명을 체포했다. (ATF 애틀랜타 X 계정 캡처)
미국 이민당국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소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자 혐의가 있는 475명을 체포했다. (ATF 애틀랜타 X 계정 캡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로 미국 현지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불법 체류 단속을 이유로 한국 기업들을 규제한다면 북미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단속이 이뤄진 조지아주가 한국의 대미 투자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라 기업들의 충격이 더욱 크다. 조지아주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1만7000명 이상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K 산업기지’다.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도 단속 현장 바로 옆에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부터 시작해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투자에 나섰지만 갈수록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조지아주#불법체류#이민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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