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세계 최대 규모 ‘이집트 대박물관’ 개관
대박물관 개관 계기로 유물 환수 움직임 본격화
‘이집트의 인디아나 존스’ 자히 하와스 전 관광유물부 장관 인터뷰
대박물관 프로젝트 핵심 기획자… 주요 이집트 고고학 연구 주도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 문화·관광·고고학·교육을 아우르는 종합 문화기관이다.”
이집트 고고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자히 하와스 전 이집트 관광유물부 장관(78·사진)은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하와스 전 장관은 이집트 대박물관이 정식으로 문을 연 4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대박물관 개관의 가장 큰 의의는 이집트 고대 유물의 상징 격인 투탕카멘 유물 5000점 전체를 처음으로 한 장소에서 완전히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성궤, 석관, 금관, 각종 부장품 등 주요 유물은 카이로 시내 국립 박물관의 협소한 공간 탓에 분할 전시돼 있었다. 그는 “이번 대박물관 개관으로 한곳에서 관람과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하와스 전 장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이집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0년대 ‘황금 미라의 계곡’에서 250개 미라를 발굴하는 등 주요 이집트 고고학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국립카이로박물관장, 유물최고위원회(SCA) 위원장, 관광유물부 장관을 지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다양한 학술 활동을 펼쳐왔다. 고대 이집트학을 대표하는 이집트 출신 고고학자라 ‘이집트의 인디아나 존스’로도 불린다. 영화 속 배우처럼 발굴 현장에 페도라 모자를 자주 쓰고 나타난다.
그는 파루크 호스니 전 이집트 문화부 장관이 대박물관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할 때부터 최근 개관에 이르기까지 전시 기획 등 다양한 업무에 관여해 왔다. 박물관 프로젝트의 핵심 기획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피라미드 옆에 대박물관을 세우겠다는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와스 전 장관은 대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영국박물관이 소장한 로제타석 등 해외 이집트 유물에 대한 환수 운동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프랑스와 영국에 있는 이집트 고대 유물 반환을 위해 현재 100만 명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반환 대상으로 로제타석 외에도 루브르박물관 소장 덴데라 천궁도, 베를린 신박물관의 네페르티티 흉상 3점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 관광객을 위한 필수 관람 유물 ‘톱3’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투탕카멘 황금 왕좌, 고왕국 시대(제4왕조) 인물로 쿠푸왕의 어머니인 헤테프헤레스 1세의 침실 유물을 추천했다. 투탕카멘 유물 컬렉션은 정교한 장식으로 이미 세계 최고 유물로 꼽힌다. 현재 대박물관이 별도 공간을 마련해 전시 중인 헤테프헤레스 1세 침실 컬렉션은 4600년 전 유물임에도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헤테프헤레스 1세 유물 발굴은 1925년 이뤄져 발굴 100년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하와스 전 장관은 당초 로제타석 비문 해석 200주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의 투탕카멘 무덤 발굴 100주년인 2022년 박물관 개관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펜데믹 등으로 미뤄진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유명 온라인 스타 조 로건 등이 제기한 피라미드 외계인 건설설이 나올 때마다 정면 반박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국인들에게도 분명히 말하고 싶다. 피라미드는 외계인이 건설하지 않았다”며 “이집트인이 건설한 피라미드와 대박물관을 꼭 방문해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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