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지금 러시아로 끌려가는 중이에요. 러시아 군인들은 어디로 가는 건지 목적지도 안 알려줘요.’
우크라이나 중남부 도시 드니프로에 머물고 있는 나탈리야 디메시 씨(40)는 4일 아들 유리 디메시(21)에게서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나탈리야 씨는 황급히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탈출하라”고 재촉했지만 부질없었다. 아들은 출입구와 창문이 모두 잠긴 어느 열차 안에 감금돼 있었다.
AP/뉴시스러시아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일부 점령지역 주민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송하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강제 이송 희생자인 나탈리야 씨 가족의 사연을 24일 전했다.
전쟁 전 회계사였던 나탈리야 씨는 재혼한 남편, 두 딸과 함께 살았다. 공대생인 아들은 친부와 살았다. 이들은 모두 마리우폴에 살았다. 전쟁 발발 후 이들은 폭격을 피해 34일간 지하실에서 숨어 지냈다. 지난달 29일 나탈리야 씨는 겨우 차편을 구해 일단 두 딸을 데리고 자포리자로 탈출했다. 하지만 아들과 전남편이 살던 집은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야 아들에게서 겨우 연락이 왔는데 러시아로 끌려간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AP/뉴시스아들 유리 씨를 태운 기차는 마리우폴에서 북동쪽으로 약 1086km 떨어진 러시아 동부도시 세묘놉카에 7일 도착했다. 그는 숲속의 한 목조 건물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채로 가족은 누구인지, 우크라이나군에 복무 중인 친구가 있는지 등 신문을 받았다.
러시아군은 그에게 “우크라이나는 국가였던 적이 없다. 러시아의 일부”라며 사상교육을 했다. 유리 씨가 항의하자 두 시간이 넘는 추가 신문이 이어졌다. 그들은 “너는 러시아군에 징집돼 우크라이나로 파병될 수 있다. 총알받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NBC는 “러시아는 수많은 민간인들을 강제 이송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국제법상 전쟁범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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