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가자 점령 구상’ 속내는…“레버리지 위한 판 흔들기”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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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언론 “뱀 놀래려 풀 때리는 삼십육계 타초경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점령’ 발언에 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또 다른 영토 야욕의 발로라는 시각도 있지만, 판을 흔들기 위한 계산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언론 액시오스는 5일(현지 시간) ‘막후: 트럼프의 사나운 중동 비전’이라는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상반된 관점을 소개했다. 이번 발언이 충격적이고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국이 가자 지구를 점령할 것”이라는 발언의 충격파는 상당하지만, 주류적인 시각은 이를 온건하게 해석하는 모습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협상용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듯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중동 문제 해결에 레버리지를 얻기 위해 허장성세를 부렸다는 것이다.

CNN도 같은 날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 “수십 년 동안 우리가 해온 것과 같은 일을 하자는 관념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이런 고리, 이런 순환에 얽혀 있었고, 이는 효과가 없다”라고 보도했다. 기존의 판을 흔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미다.

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포스트는 “트럼프가 가자 지구의 뱀을 놀라게 하려 중동의 풀을 때리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 중 타초경사(打草驚蛇·수풀을 휘저어 뱀을 놀라게 한다)를 인용한 분석으로, 발언의 의도는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분쟁의 상황에서 풀을 때리는 행위처럼 뭔가 극적인 행동을 한다면 적이 자신의 위치를 드러낸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한 뒤 “본질적으로 트럼프는 중동에서 풀을 때릴 제안을 띄웠고, 목표는 순수하게 그가 말한 것이 아닐 수 있다”라고 했다.

가자 지구 점령 같은 급진적 정책 제안으로 영향을 받은 중동 국가가 보다 솔직하게 가자 지구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돌이켜 보면 하마스가 가자를 통치해서는 안 되지만, 많은 국가가 이를 방지하는 데 충분히 주의를 쏟지 않았다”라고 했다.

실제 가자 지구에서 주민들이 떠날 경우 하마스가 이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할 수 없고, 인도주의 원조도 떨어지리라고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발언이 “하마스라는 뱀과 가자의 폐허에서 이익을 얻어 온 모든 국가와 비정부기구(NGO)를 뒤흔들 것”이라는 것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 지점에서 트럼프는 승리할 수 있다”라며 “모두가 가자를 떠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충격에 빠뜨려 마침내 해결책을 위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발언을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다. 액시오스는 이와 관련, “트럼프와 그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이 문제를 중동에 흐르는 권력과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진짜 부동산, 수변의 땅으로 본다”라고도 지적했다.

액시오스는 “사람들은 트럼프의 가장 극적인 행보나 발언에 프레임을 씌우고자 하지만, 내부 인사들은 모두 트럼프가 트럼프라는 점을 안다”라며 “그는 온전한 자신감을 느끼고, 거리낌이 없으며,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생각이건 자유로이 말한다”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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