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핵우산론’ 꺼낸 마크롱 “러, 유럽 위협…핵 억지력 전략적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6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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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유럽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유럽의 동맹국 보호를 위한 핵 억지력에 대해 전략적 대화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급속도로 밀착하는 반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전날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며 러시아의 위협이 한층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현지 TV 채널들을 통해 공개한 대국민 연설에서 “프랑스의 핵 억지력은 독립적이지만 독일 총리의 제안에 따라 우리의 핵 억지력이 유럽 동맹국들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전략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며 “유럽은 자체적으로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하며, 우리 안보를 다른 국가들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외의 다른 유럽 국가를 침공할 가능성을 대비해 유럽 안보를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주요 동맹인 미국이 최근 유럽과 거리를 둔 채 러시아에 공조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유럽 자강론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지난달 총선 승리 직후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메르츠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유럽에서 핵 억지력 관련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국방력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멈출 것이라고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국방 예산 증대, 군사 장비 자체 생산 등의 대책을 소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결정적인 조처를 할 것”이라며 “회원국들은 재정 적자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도 군사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유럽 땅에서 유럽산 무기를 구매하고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공동 자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항복할 수는 없고, 너무 취약한 휴전 협정이 이뤄져서도 안 된다”며 지속 가능한 평화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정을 지원하기 위한 유럽 연합군 배치도 언급됐다. 그는 “다음주부터 이 문제를 책임지고자 하는 국가의 참모총장들과 파리에서 만날 것”이라며 유럽 연합군 배치 논의에 속도를 낼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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