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배경 커피 한잔?…“인간 동물원이냐“ 태국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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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5월 8일 0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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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와디 푼트파니치 SNS 갈무리
수와디 푼트파니치 SNS 갈무리
태국의 한 고위 임원이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현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가난한 노동자들을 배경으로 웃으며 커피를 즐기는 모습이 ‘계급의 풍경화’로 비쳤기 때문이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타이상타이당 당원이자 톤부리헬스케어그룹 전무이사인 수와디 푼트파니치는 지난달 23일 SNS에 문제의 사진을 게시했다.

문제의 사진 속에서 푼트파니치는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데 그의 뒤 유리창 너머로는 담뱃잎 분류 공장에서 바닥에 앉아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푼트파니치는 사진과 함께 “이 카페는 담뱃잎 분류 공장의 한 구역을 카페로 만든 곳이다. 그들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누리꾼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누리꾼은 이 카페를 “인간 동물원”이라며 공분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태국 사회의 축소판 같다. 부자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위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푼트파니치는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인간 동물원이라는 지적은 얕은 사고방식”이라며 “오히려 그런 지적이 공장 노동자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할머니가 담뱃잎 분류 일을 했고, 이 카페 풍경이 어린 시절 공장에서 뛰놀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고 덧붙였다.

카페 측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공장은 카페 운영자의 가족이 대대로 운영하던 곳이며, 일부 공간을 개조해 카페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유리창 설치는 “담배 공장에 얽힌 이야기와 노동자들의 작업 모습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장 노동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으며, 단순히 쇼를 위해 고용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것은 인권 침해” “동의 없이 사람들을 전시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쇼를 위해 고용된 게 아니라면, 생계를 위해 존엄성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더 비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SCMP는 세계은행(World Bank)의 보고서를 인용해 “태국은 동아시아에서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라고 전했다. 태국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350밧(약 1만 5000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카페#빈부격차#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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