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 시각) 오후 6시 7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낡은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마침내, 콘클라베가 종료됐다. 새 교황이 선출된 것이다.
콘클라베.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의 비밀회의다. ‘열쇠로 잠긴’이라는 뜻의 라틴어 ‘cum clave’에서 유래했다. 이름 그대로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전 세계 추기경들이 교황을 뽑는 가장 전통적이고 비밀스러운 의식이다. 그리고 결과는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전해진다.
8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계자를 선출하기 위해 133명의 추기경이 모인 가운데,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사람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AP 뉴시스 기자는 처음에 굴뚝이 꽤 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외신에 올라온 광각 사진을 보자, ‘어, 이게 다야?’ 싶었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거대한 돔(쿠폴라) 너머로 보이는 그 굴뚝은 마치 옛 유럽 골목 어귀에 세워둔 낡은 배기관 같았다. 놀랍게도 임시로 설치된 그 작은 굴뚝에서 인류 최대의 이벤트 중 하나가 선포된다.
8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 선출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신자들이 이를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이날 콘클라베 이틀째를 맞아 133명의 추기경이 교황 선출을 위해 모였다. AP 뉴시스2025년의 세상에 여전히 연기로 소식을 전하는 의식. 그것이 바로 콘클라베의 아이덴티티였다. 철저하게 상징에 의존하고, 기다림 그 자체가 곧 드라마가 된다. 성 베드로 광장에는 수만 명의 신자들이 콘클라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TV 중계진은 8일(현지시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계자를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AP 뉴시스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취재진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외신 사진기자들은 초대형 망원렌즈를 받쳐 놓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디고 있었으리라. 마침내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바티칸 광장에 모여 있던 이들이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사진기자들은 곧바로 장비를 정비하고 렌즈를 방향을 돌렸을 것이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수십 대의 망원렌즈가 발코니 앞 붉은 커튼을 향한다. 사진기자들은 그 커튼이 젖혀질 바로 그 순간을 위해, 셔터 위에 손가락을 얹은 채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흰 연기가 피어오른 지 한 시간여가 지난 오후 7시 15분. 드디어 붉은 커튼이 열렸다.
새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가 2025년 5월 8일 목요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AP 뉴시스 Habemus Papam! 도미니크 맘베르티 교황청 수석 부제 추기경이 “새 교황이 선출되었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이어 미국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교황명으로 ‘레오 14세’를 선택하며,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으로 기록됐다. 외신에 올라온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봤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모든 경쟁과 기다림이 응축돼 있었다. 기다림은 길었고, 행사는 짧았다. 취재진도 삼각대를 접고 무거운 렌즈를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제야 광장에도 고요한 밤이 찾아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