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 신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가격 인상은 아이폰의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 변경에 의한 것으로, 인상 원인을 미·중 간 무역관세 탓으로 돌리는 걸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상호 부과하던 고율 관세를 대폭 낮추는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집권 초기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별도 관세 20%는 유지했다. 펜타닐 유입 등이 명분으로, 스마트폰도 해당 관세 대상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발표 전인 3월에 재고를 확보하고 미국 시장용 생산을 일부 인도로 이전했다. 또 이달 초에는 2분기 미국으로 출하되는 아이폰 중 절반 이상을 인도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의 공급망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프로(Pro) 및 프로 맥스(Pro Max) 모델과 같이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고급형 휴대폰의 경우, 중국 공장에서 계속 대량 생산될 예정이다. 인도 공장에서도 프로 모델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인도의 인프라와 기술 역량은 현재 중국이 제공할 수 있는 규모의 대량 생산을 지원하기에 역부족이다.
투자은행 제퍼리스는 지난해 미국 내에서 판매된 약 6500만 대의 아이폰 중 3600만~3900만 대가 프로 혹은 프로 맥스였다고 추산했다.
공급망 관계자들은 애플이 공급업체의 원가 절감만으로 관세 비용을 모두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경영진은 관세가 가격 인상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히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다. 앞서 아마존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명시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백악관이 이를 “적대적 조치”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애플은 차악의 선택으로 신제품 가격을 인상하되, 관세 외의 명분을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로선 어떤 기능이 가격 인상의 이유가 될지 확정되지 않았다.
올가을 출시될 신형 아이폰은 ‘아이폰 17’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높고, 현재 제품 가격은 기본형 아이폰 16이 799달러(약 112만원), 아이폰 16 프로 맥스는 최소 1199달러(약 169만원)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아이폰 16 플러스를 대체하는 초박형 모델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쿡 CEO는 이번 분기 관세로 약 9억 달러(약 1조27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고, 비용은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애플이 인도 생산 비중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은 전 세계 출하량의 13~14% 수준이었고, 올해는 이보다 두 배 더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과 인도의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테크인사이트의 아빌라쉬 쿠마르 애널리스트는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가 돼야 인도가 미국과 자국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핵심 부품 조달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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