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네덜란드 양국 외교수장이 만나 반도체 협력에 관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23일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카스파르 펠트캄프 네덜란드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6가지 내용에 합의했다.
합의 사항에는 양국이 양자무역과 관련한 우려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기존 경로를 통해 반도체 기술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협력에 대해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ASML 본사가 있는 곳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분야 발전을 제한하기 위해 고성능 장비나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도록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을 압박해왔으며 이에 네덜란드는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것을 비롯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확대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시장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그간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 같은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와 관련해 양국이 일단 소통 채널을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이날 합의에는 또 양국이 다자주의를 지지한다는 내용과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 체제를 고수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 등도 담겼다.
미국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정과 관련해서도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기후 적응, 녹색(친환경) 전환 등의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할 것 등도 약속했다.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의 보호주의를 비난하면서 양국이 무역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네덜란드는 줄곧 자유무역의 지지자였고 국제무대에서 다자주의 이념을 고수해왔다”며 “중국은 네덜란드와 소통·대화를 강화하고 실무 협력을 심화하면서 다자 협력을 확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일방주의·보호주의와 권력을 이용한 괴롭힘이 국제 무역 체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국제 제도 체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미국을 겨냥하면서 “일부 국가가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것은 각국의 정상적인 협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자신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쳐 진정한 안보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계속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고수할 것”이라며 양국 간 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대만 문제도 언급하면서 “네덜란드가 실제 행동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중·네덜란드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잘 유지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펠트캄프 장관은 “중국은 네덜란드의 중요한 경제·무역 파트너”라면서 “네덜란드는 중국과 함께 다자주의를 고수하고 유엔(UN)의 지위를 공동으로 수호하며 규칙에 기반한 경제·무역 체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화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펠트캄프 장관은 또 “네덜란드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는 것이 바뀌지 않을 것이고 대만 측과 어떠한 공식적 관계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또 이날 양측이 우크라이나 위기 등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