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은 하버드대가 이에 관해 제기한 효력 중단 소송에 대한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로 인해 하버드대 유학생들은 일단 합법적 체류 자격을 유지할 수 있으나 앞으로도 불안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하버드대를 진보 이념의 중심지로 여기며 이른바 문화전쟁의 핵심 ‘타깃’으로 삼은 이유가 중국과의 협력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법원은 하루 전 국토안보부가 하버드대에 대해 내린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 취소 조치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며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으면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전체 학생(학부 및 대학원)의 약 27%가 외국인이다.
주요 외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하버드대 유학생을 지목한 핵심 배경으로 하버드대와 중국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꼽고 있다. 중국공산당과 그 수뇌부가 하버드대에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자녀들까지 유학시키며, 미국의 각종 첨단 기술에 접근하고 친중국 여론까지 조성하려 든다는 것. 24일 로이터통신은 “하버드대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막대한 재정 지원과 국제적 영향력을 얻었지만 이젠 그 관계가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인 유학생은 하버드대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약 20%를 차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무남독녀 시밍쩌(習明澤·33)도 2010년대 초 가명을 사용하며 하버드대 학부를 다녔다. 하버드대에는 1928년 설립돼 중국학을 주로 연구해 온 옌칭 연구소도 있다. 그간 중국 등 아시아에서 받아들인 연구진이 2000여 명일 정도로 중국과 교류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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