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75% 점령할 것…팔 주민은 나머지 지역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6일 13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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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이스라엘 남부에서 관측되고 있다. 2025.05.21 가자지구=AP/뉴시스

이스라엘이 두 달 내로 가자지구의 75%를 점령하고 현지 팔레스타인 주민 200만명을 남은 지역에 몰아넣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 공습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몰아내고 억류된 인질을 데려오기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은 계획을 제시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가자지구의 약 40%를 통제하고 있다.

보도된 계획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한 남부 알 마사위 지역과 중부의 난민캠프, 북부 가자시티 세 구역으로 강제로 이주당할 예정이다. 전체 가자지구 면적의 4분의 1에 불과한 땅으로 전체 주민 200만 명을 몰아넣는 셈이다.

이스라엘은 3월 초 하마스와의 휴전이 만료된 뒤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선 18일 이스라엘군은 20년 만에 가자지구 재점령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군사 작전(기드온의 전차)에 돌입했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일단 작전이 시작되면 우리는 전력을 다해 행동할 것이며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인질 석방은 물론 하마스와의 원활한 휴전 협상을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 작전을 먼저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5일 예루살렘포스트(JP)는 미국 정부가 최근 며칠간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작전을 연기하고 휴전 협상을 병행할 것을 제안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상 작전이 본격화하면 휴전 협상 진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와 인질 석방 협상에 열려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 종전 보장이라는 하마스 측 조건을 이스라엘이 거부하며 협상은 교착 상태다. J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10명 석방, 60일간 휴전을 다룬 ‘위트코프 프레임워크’를 논의했으나 진전은 없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없이 하마스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하마스에 붙잡힌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들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인질 구출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가 공개한 녹음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인질 가족과 만남에서 “우리는 인질 구출을 위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일을 했다”고 주장하며 서아프리카 등의 사례와 비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인질 가족들은 “2023년 10월 7일보다 심각한 참사가 있었다는 말이냐”며 “여성과 어린이 등 250명이 납치된 사건은 전례가 없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스라엘 내부 관계자들은 채널12에 “지금으로선 미국, 특히 트럼프의 압박만이 이스라엘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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