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버드대 외국인 너무 많아…美학생 기회 뺏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6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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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돈 주는데 외국인 31%” 美우선주의 드러내

Xinhua
“하버드대의 문제 중 하나는 학생의 31%가 외국인이란 점이다. 이들 때문에 미국 학생들이 입학 기회를 잃고 있는데 미국 정부가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 건 말도 안된다.”

외국 유학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 박탈을 시도하며 하버드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대학 정책에 있어서도 ‘미국 우선주의’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진보 이념에 물들어 반(反) 유대주의를 방관했다며 정부 보조금 중단 등의 공세를 펼쳐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소송으로 반기를 든 하버드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입학 비율 자체를 문제시 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 “외국 학생 너무 많아, 따져볼 것”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하버드대와의 갈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이처럼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 학생의 31%가 외국인”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우리(미국 정부)는 하버드대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보조금도 주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에는 31%나 되는 외국 학생이 있지만 학교 측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불법 행위 가담 여부를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의 개인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외국인 학생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31%는 너무 많다”며 “미국 학생들도 하버드대에 가고 싶어 하는데 외국인 학생 때문에 입학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건 어떤 외국 정부도 하버드대에 돈을 주지 않고 우리가 준다는 점”이라며 “그런데도 외국인을 그렇게 많이 받는다는 게 제일 문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산업·무역 정책에서 보여 온 ‘외국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는 인식을 대학에 대해서도 드러낸 것이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 미국의 100여개 주요 대학들은 일정 소득 수준 이하 가정의 학부생들에게 보조금 등을 활용해 수업료 전액 무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올 3월 무상 수업료 기준 소득을 연 8만5000달러에서 20만 달러로 완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외국 학생들의 명단을 원하며 누가 적합한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대부분은 괜찮겠지만 하버드대의 성향상 문제가 있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학가 깊은 충격 “민주주의 지켜야”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자신의 모교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애쓰는 대학들의 행보를 격려했다.

파월 의장은 프린스턴대 학사 학위 수여식 연설에서 “우리의 명문 대학들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라며 “주변을 둘러보고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말했다. 또 “50년 뒤를 돌아볼 때 여러분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했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왜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지 않느냐며 사퇴 압박을 받아 온 파월 의장이 연준과 대학의 나아갈 길에 대해 뼈 있는 발언을 한 것으로 외신들은 해석했다.

앞서 샐리 콘블루스 MIT 총장 역시 “연방 정부가 하버드대의 국제 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콘블루스 총장은 “지금은 중대한 시기”라며 “국제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이 없다면 MIT는 MIT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하버드대는 외국인 학생들을 담당하는 국제 사무실(HIO) ‘핫라인’을 24시간 연중무휴 체제로 운영하며 학생들의 불안과 궁금증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핫라인에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으며 이에 일부 학과는 “국경 순찰대 진입 등 매우 위급한 상황에만 전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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