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 일부 영토 인정 등 요구
양측 입장차 드러낸채 진전 없어
젤렌스키 “몇가지 조치 더 취할수도”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튀르키예 이스탄불 츠라안 궁전에서 2차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러시아 측에서 우크라이나와 서구권이 요구하는 조건 없는 휴전 제안을 거부했고 25세 미만 포로에 대한 교환 등 제한된 범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하르키우=AP 뉴시스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2차 휴전 협상이 포로 교환에만 합의한 채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전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로 무인기(드론)를 대거 밀반입해 5곳의 공군기지를 공격한 ‘거미줄 작전’으로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단 우려에도 협상은 열렸지만, 핵심 사안인 휴전 논의는 양측의 입장 차만 드러낸 채 진전되지 못한 것이다.
AP통신,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튀르키예의 중재로 진행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중상자, 환자, 젊은 군인 등 전쟁 포로 1000명씩(총 2000명)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전사자 시신도 6000구씩(총 1만2000구) 교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본안인 휴전은 1차 협상에 이어 이날도 성과가 없었다. 이날 러시아는 지난달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 당시 언급한 평화협정의 윤곽에 대한 각서를 우크라이나에 제시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각서에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러시아가 일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땅을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정보 지원 중단, 우크라이나 중립국 지위 선언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우크라이나의 계엄령 종식 및 대선 날짜 공표 등을 요구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강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협상 전 러시아에 전달한 제안에는 크림반도를 포함해 2014년 2월 이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영토를 국제사회가 인정해선 안 되며, 최소 30일간 즉각적 휴전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납치된 자국 어린이 339명의 명단을 러시아에 전달하고 송환을 촉구했지만, 러시아는 납치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가 양보 없는 태도로 나서자 우크라이나는 1일 대규모 드론 공습과 같은 작전을 또다시 펼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보고받은 뒤 연 기자회견에서 “아마도 (거미줄 작전과 같은) 몇 가지 조치를 더 취하면 모두가 사람답게 행동하려고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거미줄 작전을 통해 러시아의 전략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기 41대를 파괴했고, 피해 규모는 최소 70억 달러(약 9조66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3일 “응징은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시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편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NN방송은 “두 번째 임기 외교 정책의 핵심 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식하겠다는 공약이 명백히 흔들리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도 압박을 받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타협에 나서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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