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 도중인 16일(현지 시간) 오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이란은 내가 서명하라고 한 합의에 서명했어야 했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며, 인명을 희생시킨 것인가”라며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즉시 떠나라고 경고했다. 누구를 향한 메시지인지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 소개령을 내린 것이다.
이로부터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의 상황”을 이유로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이날 밤 귀국했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중동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과 이번 주에 회담을 하는 방안이 양국 간에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압박해 핵협상을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핵을 포기하게 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 참모들에게 이란과 회담 조속 추진 지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 결정은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전격적으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런 기류를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회담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날 귀국 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복귀하는 대로 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할 것도 지시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도 이 회의에 참석하러 간다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모두 즉시 이란 수도 테헤란을 떠나야 한다”고 쓴 데 대해 백악관 관계자는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절박함을 반영한 글이라고 CNN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된 게 결국 이란 탓이란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대화를 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진작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60일을 줬고, 그들은 60일을 가졌었다”며 “그리고 61일째 되는 날, 나는 ‘우리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이란이 자신의 호의를 무시하고 불성실하게 핵협상에 나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자초했다는 얘기다.
● 트럼프, 이란 핵협상 마무리할 ‘골든타임’ 판단 가능성도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면서까지 백악관으로 조기 복귀한 건 지금이 이란 핵협상을 마무리할 ‘골든타임’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날 밤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을 위해 워싱턴에 간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말은 틀렸다”며 “휴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다. 계속 지켜보라”고 썼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에 휴전을 제안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넘어 이란과 핵협상 타결까지 염두에 둔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국은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핵협상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 권력자 알리 하메네이 제거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막는 조건으로 핵합의를 밀어붙이는 것일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이란의 핵 역량도 포기하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윗코프 특사와 아락치 장관 간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며 “목표는 핵 합의 및 이스라엘-이란 전쟁 종식”이라고 전했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도 미국의 외교 압박에 가세했다. 16일 정상들은 이란을 “역내 불안정과 테러의 주된 근원”이라고 규정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정상들은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히 일관되게 밝혀왔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당초 공동성명 채택을 거부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대(對) 이란 압박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성명을 수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일각에선 이란과의 핵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이 이란 타격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귀국에 앞서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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