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내심 바닥”…벙커버스터로 이란 핵시설 타격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8일 20시 29분


코멘트
AP뉴시스

“미국이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중급유를 지원하고 이란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을 3만 파운드(약 1만3600kg)짜리 폭탄으로 파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하며 초강경 압박에 나선 가운데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 시간) 그 기류를 이같이 전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외교 해법을 모색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반대하던 입장에서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이란 핵 협상 타결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양측 이견으로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과 군사시설 수십 곳을 기습 타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리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긴급히 떠나 수도 워싱턴으로 귀국하면서 ‘외교로 이란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있다”고도 했다.

이란 핵 역량은 갈수록 고도화되는데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줄곧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끈질긴 설득까지 더해져 미국이 직접 군사 개입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 네타냐후 “군사 압박해야 핵 협상도 성공”

NYT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줄곧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기 전 압도적인 군사 공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외교 협상을 성공시키려면 군사 압박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제거 계획까지 주장한 네타냐후 총리를 만류했다. 하지만 이란 핵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그의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보고하자 공격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을 만류했던 기존 입장과 달랐건 것.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직접 동조하진 않고 이스라엘에 최소한의 지원만 해준 뒤, 추후 이란에 양보를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다.

5일 뒤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해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등 군 수뇌부를 제거했다. 이란이 궁지에 몰리자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또한 강경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란과의 지지부진한 핵 협상을 마무리할 ‘골든타임’으로 여겨 ‘최대 압박’ 기조로 선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입장 선회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인정 욕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등이 ‘성공적’이라고 호평하자 여기에 가담해 자신의 공 또한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중재, 관세 반(反)이민 등 국내 정책에 대한 비판 등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치적 욕심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 인질 사태 등 거치며 美, 이란에 깊은 혐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80분간 이번 사태에 관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가진 뒤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측에 회의 결과를 공유하고,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실제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면 이스라엘에 공중 급유 등을 지원하는 소극적인 지원에서부터 항공모함, 초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등을 투입하는 적극적인 지원 방식이 모두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이란 ‘최대 압박’ 기조의 근간에 미국 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이란 혐오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의 이슬람 세력은 1979년 2월 혁명을 통해 2500여 년간 유지됐던 전제왕정을 붕괴시켰다. 같은 해 11월 혁명 후 미국으로 도피한 팔레비왕의 송환을 요구하며 444일간 수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을 점거하고 52명의 미국인을 인질로 잡았다. 최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됐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집권 1기 때부터 인질 숫자 ‘52’를 강조하며 이란에 적대감을 표시해 왔다. 미국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이라크를 적극 지원하며 이란과 대치했다.

1983년 10월에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수도 베이루트의 미 해병대사령부 건물에 폭탄 테러를 가해 미군 241명이 사망했다. 베트남전쟁 이후로 하루 만에 미군이 입은 가장 큰 인명 피해였다. 분노한 미국은 1984년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를 겪은 뒤 이란, 북한, 이라크를 묶어 ‘악의 축’으로 지칭했다.

#트럼프#벙커버스터#이란#이스라엘#중동전쟁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