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에 트럼프 얼굴 넣고 공항-전철명엔 이름 넣자”…공화당 ‘찬양 입법’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4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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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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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폐, 트럼프 전철, 트럼프 공항, 바위 산에 트럼프 얼굴 새기기….’

취임 직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부터 이란 공습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권력을 과시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황제급 칭송을 받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를 높이고 업적을 빛나게 하자며 경쟁적으로 ‘트럼프 찬양법’을 내놓고 있다. 살아있는 현직 대통령을 기리는 법안은 미국 현행법이나 정치 풍토에 비춰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250달러, 100달러 지폐에 트럼프 얼굴?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이어지고 있는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입법을 집중 조명했다. WP는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1월 이후 대통령을 기리거나 그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최소 8개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화폐에 트럼프 초상화를 새기거나, 워싱턴의 ‘덜레스 국제공항’을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바꾸자는 식이다. 트럼프의 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법안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지폐에 새기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올 2월 말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가장 먼저 발의했다. 그는 “내년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250달러짜리 지폐를 만들자”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인쇄하는 안은 가장 가치 있는 대통령을 위한 가장 가치 있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안 발의에는 10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엔 100달러 지폐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새기는 법안이 브랜든 길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에 주도로 발의됐다. 현재 100달러 지폐엔 미국 건국의 아버지 7인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새로 발의된 법안은 2028년 12월 31일 이후 발행되는 100달러짜리 앞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넣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브랜든 비치 재무관은 지난 달 윌슨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현행법상 살아 있는 사람은 미국 지폐에 등장할 수 없다”며 “그렇지만 이 법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 전철, 공항, 바위산에도 트럼프 새기기

미 공화당 의원들은 지폐뿐 아니라 각종 시설물에도 ‘트럼프 새기기’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달 그렉 스투비 하원의원(플로리다)은 워싱턴 광역교통국(WMATA)의 약칭을 ‘WMAGA(Washington Metropolitan Authority for Greater Access)’로 바꾸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워싱턴 광역교통국은 미국 수도인 워싱턴을 중심으로 인근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를 잇는 광역전철 노선을 운영한다. 그런데 이 이름에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끼워넣자고 한 것. 법안엔 약칭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내용과, 메인 노선인 메트로 레일의 이름을 ‘트럼프 열차’로 바꾸는 내용도 적시됐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 등의 얼굴이 바위에 새겨진 러시모어 산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추가로 새기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WP는 “다른 입법안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을 국경일로 정하고, 2019년과 2021년에 각각 발의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록을 없애는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존 화이트 미 가톨릭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WP에 “솔직히 말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역사적으로 (지폐 등의) 명명은 대통령이 오래 전 임기를 마쳤거나 사망한 후 이뤄진다”고 말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버니지아)은 X에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언제쯤 트럼프에게 아부하는 걸 멈추고 생활비 절감에 집중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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