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감옥에선 착하게 지내세요”…아들이 남긴 마지막 말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6월 25일 0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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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치료비 위해 中 아버지 절도…수감 중 아들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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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을 앓던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절도를 저지른 중국의 한 아버지가 복역 중 아들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사연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지린성 출신의 유하이보(29)가 2021년 도로변 변압기에서 구리를 절도한 혐의로 체포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유 씨는 복역 중이던 지난해, 아들 지아위에(9)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유 씨는 십대 시절 연인 장밍위와 결혼해 2014년 아들을 낳았다.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며 월 2000위안(약 38만원)을 벌었고, 아내는 전업으로 육아를 맡았다.

지아위에는 세 살 무렵 계단에서 넘어진 사고로 병원을 찾았다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부부는 집을 팔고 톈진으로 이주한 뒤 여러 부업을 전전하며 치료비를 마련했다.

2년 뒤 병세는 호전됐지만, 2021년 병원은 수천만 원대 치료비가 필요한 추가 치료를 권했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끊긴 유 씨는 친구의 조언으로 길가 변압기 20여 개에서 구리를 훔쳐 3만 위안(약 540만 원)을 마련했지만, 두 달 후 체포됐다.

유 씨는 “불법인 줄 몰랐다. 너무 절박했다”고 항변했지만 징역 4년형이 내려졌다. 수감 중 아내는 혼자 생계를 책임지며 자녀를 돌봐야 했다.

2023년 아들의 암이 재발하자 교도소 직원과 수감자들이 약 7만 위안(약 1260만원)을 모아 치료비를 지원했다. 유 씨는 일시 외출 허가를 받아 병원에서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지아위에는 아빠에게 “감옥에서는 착하게 지내요. 이제 가셔야 해요. 경찰 아저씨들이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말을 남겼고, 한 달 뒤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유언에 따라 유해는 교도소 인근 징위에탄 호수에 뿌려졌다. 생전 지아위에는 “보고 싶으면 호수에 와요. 나는 항상 거기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2023년 말 감형으로 출소한 유 씨는 현재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달 두 차례 호수를 찾아 아들을 기리고 있다. 그는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약 8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유 씨의 사연은 중국 온라인상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누리꾼들은 “좋은 시민은 아닐지 몰라도, 훌륭한 아버지”, “이제는 법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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