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이란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시설을 벙커버스터 GUB-57 폭탄과 토마호크 미사일을 동원해 공격했지만, 핵심 시설과 핵물질을 파괴하지 못한 것으로 예상된다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가 나왔다. 이는 이른바 ‘미드나이트 해머(한밤의 망치)’ 작전으로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보도한 CNN과 뉴욕타임스(NYT)에 대해 “쓰레기(scum)”라며 “그들은 좋은 결과를 폄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4일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 7명을 인용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이란 핵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고, 기껏해야 (핵 개발을) 수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는 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가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두 명의 관계자는 “이란이 비축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이 파괴되지 않았으며, (농축 핵심 장비인) 원심분리기도 대부분 온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란이 공습을 대비해 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를 안전한 장소로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날 뉴욕타임스(NYT)도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초기 평가 결과 이란 핵시설의 지하건물은 붕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습 피해가 이란 핵시설의 지상 구조물에만 국한됐다는 것. 이어 “DIA는 공습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이 지연되긴 했지만 그 기간은 6개월 미만일 것이라고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도 포르도 핵시설의 지하시설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이번에 작성된 DIA 보고서는 5쪽 분량의 초기 평가다. 공습 결과에 대한 분석이 계속 진행 중이어서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CNN 등은 덧붙였다.
이란 핵시설 공습을 자신의 치적으로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그 보고서는 ‘그럴 수도 있다’라고 했을 뿐 명확하지 않다”며 “우리가 들은 바로는 말살(obliteration)이다”라고 반박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정치적 의도가 있는 보고서 유출이라며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시설을 재건한다면 재공습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며 “하지만 그건 수년간 복구가 불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 관련 내용을 언론이 보도하자 24일 미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란 공습 작전을 설명하기로 한 정보 브리핑을 갑자기 이틀 뒤로 미뤘다. 나토 정상회의에 동석한 헤그세스 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참석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는 것.
이에 대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행정부는 의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왜 중요한 세부 사항을 의회에 공유하려 하지 않는 것이냐”고 따졌다. 민주당에선 미 헌법상 전쟁 선포권이 의회에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습 작전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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