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도용해 美기업 원격근무로 달러 벌고 코인탈취…‘北 노트북 농장’ 29곳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일 13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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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정보기술(IT) 인력들을 미국 회사에 위장 취업시킨 이른바 ‘노트북 농장(laptop farm)’ 29곳을 미국 사법당국이 적발했다.

미 법무부는 미 16개 주에서 북한의 불법 자금 세탁에 이용된 북한 IT 인력들의 금융 계좌 29개와 이들이 만든 사기성 웹사이트 21개를 동결하고 이들이 사용한 컴퓨터 약 200대를 압수수색했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들은 훔치거나 위조한 미국인 신분증을 이용해 미국 기업의 IT 일자리에 취업했다. 북한 일당들은 이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미국 내 위장 회사와 사기성 웹사이트를 만들어 IT 인력의 신분을 홍보했다. 취업 후엔 이들이 미국 회사의 노트북에 원격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노트북 농장’을 운영했다.

북한 인력들은 미국, 중국, 대만, 아랍에미리트 등에 있는 협력자의 도움을 받았으며 1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에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법무부 관계자는 “북한 IT 인력들은 미국 회사에 고용된 후 정기적인 급여를 받았고 미국 군사 기술이나 가상화폐와 같은 민감한 회사 정보에 접근했다”며 “일부 경우엔 이를 훔쳤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부무가 기소한 건에는 매사추세츠 연방 검찰청과 국가안보국이 범인 조력 혐의 등으로 기소한 뉴저지 출신의 미국 국적자 젠싱 데니 왕 일당이 포함됐다. 매사추세츠 연방 법원에 제출된 기소장에 따르면 왕 일당은 왕 씨의 자택에서 노트북 농장을 운영하면서 이들을 취업시키고 해외 금융망을 통해 북한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대가로 총 69만6000달러(약 9억4000만 원)를 받아 챙겼다.

피해 기업들은 법률 비용과 컴퓨터 네트워크 복구 비용 등을 포함해 최소 300만달러(약 40억6000만 원)를 손해 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기업 중엔 ‘포춘 500대 기업’에 포함된 곳도 있었다고 한다.

조지아주 북부 검찰청도 원격 취업을 통해 회사가 소유한 가상화폐를 탈취한 혐의 등으로 북한 국적자 4명을 기소하고 이들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다.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이 발급한 여행 서류를 소지하고 아랍에미리트로 건너가 2020~2021년 미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연구·개발 업체 등에 위장 취업했다. 이후 회사의 신뢰를 얻어 가상화폐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업무를 맡게 된 뒤 소스 코드를 수정하는 수법으로 총 91만5000달러(약 12억4000만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빼돌렸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브렛 리더먼 부국장은 “북한 IT 인력들은 북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기업을 속이고 민간인의 신원을 도용하고 있다”고 했다. 미 법무부 국가안보국의 존 아이젠버그 차관보는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이런 사이버 기반 수익 창출 네트워크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해체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IT 인력#가상화폐#사이버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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