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비축해 무역전쟁 대응”
니켈-리튬 등 광산 투자-매입 늘려
작년 1억달러 이상 거래 10건
“중국이 수표 다발을 들고 리튬 광산에 달려오고 있다.”
영국 광물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전 세계 광산을 사들이고 있다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중국은 2013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해외 광산을 구입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약 10만 t의 니켈을 사들이는 등 정부 비축량이 6개월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미국의 전방위 무역 압박에 중국이 자체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공급망을 구축해 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FT가 S&P와 머지마켓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 인수한 해외 광산 중 거래액이 1억 달러(약 1365억 원) 이상인 곳은 10개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로, 중국의 해외 광산 투자액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호주 그리피스대 아시아연구소는 지난해 중국의 해외 광산 투자액이 221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리처드 호록스테일러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그룹) 금속·광업 글로벌 총괄은 “중국 기업들의 광산 매입 추세가 앞으로 몇 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셔브 애피언캐피털 어드바이저리 설립자도 “중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여건이 더 안 좋아지기 전 마지막 ‘기회의 창’이라고 판단해 더욱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니켈도 대거 매입 중이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 5월 중국의 니켈 수입량은 9만5949t이다. 6만∼10만 t인 정부 비축량에 버금가는 양을 6개월 만에 들여온 것이다. 이처럼 공격적인 중국의 니켈 매입량에 대해 미중 무역 갈등이 지금보다 격화될 상황에 대비한 전략물자 비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니켈 생산량을 급격히 늘려 최근 니켈값이 2020년 이후 최저인 t당 1만5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광물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올 3월 매입 공고를 내며 니켈, 리튬, 코발트, 구리 등 희귀광물 비축에 나섰다”고 FT에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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