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도하서 휴전 협상
첫날 ‘인질 석방 숫자’ 등 이견 못좁혀
네타냐후, 백악관 찾아 트럼프 회동
이, 협상중 가자 공습해 82명 숨져… 하마스 지원 후티에도 공격 이어가
이스라엘군 병사, 팔레스타인 남성 몸수색
6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툴카름의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 병사가 팔레스타인 남성의 몸을 수색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휴전 회담을 재개했지만 이스라엘군 철군 등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툴카름=AP 뉴시스
2023년 10월부터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6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중재로 휴전 회담을 가졌다. 다만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의 석방 숫자, 전후(戰後) 가자지구 통치 방안, 이스라엘군 주둔 여부 등을 둘러싼 양측 이견이 팽팽해 성과를 도출하진 못했다.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동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 모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 본토에 미 역사상 최초로 공습을 감행해 양측 휴전을 이끌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의 휴전도 성사시켜 외교 치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우리의 조건대로 (휴전)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기존의 강경 행보를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 네타냐후 “美 중재안보다 많은 인질 데려올 것”
BBC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6일 도하에서 약 3시간 30분간 휴전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은 이스라엘이 카타르 측에, 하마스가 이집트 측에 각각 입장을 전달하는 간접 회담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측은 미국이 전달한 중재안에 따라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생존 인질 10명 및 시신 18구를 인계하고, 이후 ‘60일 휴전’을 발효하는 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수정 의견을 내면서 결렬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같은 날 취재진에게 “생존자 20명과 시신 30구를 데려오고,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축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의 중재안보다 더 많은 인질과 시신을 데려오겠다고 주장한 셈이다. 하마스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만약 양측이 60일 휴전에 합의하고 이 기간에 영구 종전에 대한 협상이 끝나지 않는다면 휴전을 자동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이스라엘 측이 거부했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군 또한 요구하고 있다. 역시 이스라엘 측이 거부하는 사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는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까지 이스라엘이 직접 통치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이처럼 양측의 이견이 뚜렷한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을 낙관했다. 그는 6일 취재진에게 “이번 주 안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인질이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휴전 기간에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하마스 측에 제시하려 하고 있다. 올해 초 앞선 휴전 기간 중 이스라엘군이 휴전을 깨고 공격했다고 불만을 제기한 하마스를 달래려는 조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 협상 중인 6일에도 가자지구 공습을 이어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습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주민 8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 최대 위기 맞은 하마스
휴전 협상의 타결 여부와 무관하게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는 물론이고 그간 하마스를 지원했던 이란,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등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와 표적 공습으로 하마스는 물론이고 이란과 헤즈볼라 등의 전력도 모두 크게 약화한 만큼 이들 적대 세력의 완전한 무력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7일 후티가 장악한 예멘의 호데이다, 라스이사, 살리프 등 항구 3곳과 라스카나팁 발전소 등을 공습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후티를 향해 “이란처럼 다룰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달 이란 본토 곳곳을 공습했듯 앞으로도 후티 공습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정권은 1948년 건국 후 유대교 전통을 수호한다는 이유로 병역 의무를 면제받았던 초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에게도 6일부터 징집 통지서를 발송하기로 했다.
하마스는 휴전 후 가자지구를 계속 통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하마스 고위 장교는 6일 영국 BBC에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마스 지도부의 95%가 숨졌다.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력을 80%가량 상실했다”고 전했다.
한편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설립한 싱크탱크가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만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후 구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6일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5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이주 비용을 지급해 이들을 가자지구 밖으로 이주시키는 계획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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