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 드론 전쟁’…전선 교착도 드론이 중요 요인

적 후방 조립 투입 FPV 자살 드론 ‘거미집 작전’ 맹활약
뱀파이어 드론·광섬유 드론에 전장은 드론 막는 ‘그물망’ 덮혀

플래닛 랩스 PBC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6월 1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습(거미집 작전)을 받은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벨라야 공군기지에 전략폭격기로 보이는 기체들의 잔해가 남아 있는 모습이 4일 촬영에서 드러나고 있다. 2025.07.013 이르쿠츠크=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3년 5개월이 가까워가는 가운데 ‘드론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용도로 드론이 사용되고 전쟁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거지집’ 드론 작전은 적국 내부에서 불과 수백만원대의 드론을 조립해 투입함으로써 수천억원대의 전투기를 파괴하는 새로운 국면을 조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전선이 점점 더 교착 상태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도 양측 모두에서 이뤄지는 드론 기술의 급속한 혁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전투에서 물자 운반까지 다양한 용도의 드론

양국 모두 약 1210km에 달하는 전선에 수백 대의 드론을 상시 배치하고 있다.

드론은 지뢰를 매설하고, 탄약부터 의약품까지 모든 것을 운반한다. 심지어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병사들을 후송할 수도 있다.

드론이 전선의 모든 움직임을 감지하고 적군과 차량을 공격하기 위해 파견된다.

러시아가 개전 이후 장악한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이상에 이르지만 탱크를 이용한 대규모 공격은 사실상 중단됐다.

기껏해야 도보나 오토바이를 이용한 소규모 집단 공격이 선호되고 있다. 드론이 발견하거나 공격하기 어렵지만 소규모 공격팀은 전진 속도가 느리다.

드론은 도보로 이동하는 병사 한 명도 찾아서 공격할 정도로 흔한 수단이 됐다.

◆ ‘웨딩 드론도 공격용으로 전환’

WSJ은 드론의 흔한 사용의 예로 약 2000달러(약 274만원)의 ‘웨딩 드론’을 들었다. 결혼식 사진 촬영에서 적군 스캔 용도로 활용돼 치명적인 무기로 거듭났다. 촬영 조명을 켜면 수류탄이 발사된다.

드론은 수적으로나 화력 면에서 압도적으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파악해 대응하도록 했다.

◆ 자살드론 FPV 맹활약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은 1인칭 시점(FPV·First-Person View) 드론이다. 폭발물이 장착된 FPV는 목표물에 직접 충돌해 저비용 자살 폭탄으로 변모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1일 러시아 후방의 4곳 군사 기지를 공격한 ‘거미집 작전’은 여러 측면에서 드론 작전의 신기원을 기록했다.

쉽게 부품을 반입해 조립함으로써 적진 깊숙이서 드론을 띄우고 FPV를 통해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FPV는 적재 탄약에 제한이 있어 로켓만큼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훨씬 더 정확하다.

◆ 미국의 지원 지연이 드론 활용도 높여

FPV는 초반부터 전장에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전장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23년 후반이라고 WSJ는 전했다.

그해 겨울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추가 군사 원조 승인을 기다리느라 포병 탄약이 턱없이 부족했다.

FPV는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는 생명줄이 되었다. 로켓이나 미사일과 달리 국내에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했다.

FPV의 풍부한 보급은 러시아군의 이동 속도를 늦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교전선에서 약 19km 이내에 있는 모든 것이 FPV의 표적이 될 수 있다. FPV는 제작 비용이 매우 저렴해 양측 모두 심지어 단 한 명의 보병에게도 FPV를 사용할 수 있다.

FPV는 매우 작고 빨라 격추하기가 어렵다.

◆ 뱀파이어 드론·광섬유 드론·육상드론 그리고 그물

FPV에 대한 주요 방어 수단은 드론과 조종사 간의 통신을 방해하는 전자 교란 시스템이다.

전쟁 중 드론 혁신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측에서 이루어졌지만 FPV 드론에 가장 중요한 기술 하나는 러시아가 주도했다.

전자 교란 방해를 극복할 수 있는 드론과 조종사를 연결하는 광섬유 케이블 드론이다. 광섬유 케이블 드론을 막는 방법으로는 그물이 등장했다. 그물에 걸려 드론의 접근을 막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지역의 거의 모든 도로 위와 군사 검문소, 포병 진지 위에 그물이 걸려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7일 보도했다.

참호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였던 도로들이 길가에 기둥을 세워 그물을 친 모습으로 바뀌고 있으며 병사들은 그물이 쳐진 도로를 ‘그물 회랑’이라고 부른다.

우크라이나는 야간에도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뱀파이어 드론’을 개발했다. 야간 투시 카메라를 장착하는 것이다.

드론은 이제 식량과 물부터 탄약, 보조 배터리, 소화기까지 모든 것을 전선으로 운반한다.

적의 드론에 공격받을 수 있는 전장의 가장 위험한 지역을 군인들이 통과할 필요가 없게 해준다.

드론 제조업체들은 이제 원격 조종 자동차, 보트, 전지형 차량을 실험하고 있다. 드론 운반체는 육해공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