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등 亞동맹에 나토式 ‘집단방위’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존 ‘상호 방위’서 역할 확장 요구
주한미군 임무 中견제에 초점 시사

한미일 함께 호주서 연합 해상훈련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에 참가한 한국과 미국, 호주 등의 해군 함정이 20일(현지 시간) 호주 북동부 해역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앞쪽부터 미국 샌디에이고함, 한국 마라도함, 미국 러시모어함, 호주 출스함. 탈리스만 세이버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호주 합동군사령부가 공동 주관해 2년마다 개최하는 훈련이다. 해군 제공
한미일 함께 호주서 연합 해상훈련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에 참가한 한국과 미국, 호주 등의 해군 함정이 20일(현지 시간) 호주 북동부 해역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앞쪽부터 미국 샌디에이고함, 한국 마라도함, 미국 러시모어함, 호주 출스함. 탈리스만 세이버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호주 합동군사령부가 공동 주관해 2년마다 개최하는 훈련이다. 해군 제공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21일(현지 시간)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의 집단 방위(collective defense)를 강화하기 위해 국방부와 국무부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에 사용하는 ‘집단 방위’ 개념을 아시아 동맹국에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일 협력과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국 견제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콜비 차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이 방어역량을 최고로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미뇬 휴스턴 국무부 부대변인의 발언을 거론하며 “한국과 같은 아시아 동맹국이 국방비 지출과 집단 방위 노력을 강화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주요 발언”이라고 밝혔다. 콜비 차관이 집단 방위를 강조한 것은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협정을 맺은 나토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집단 방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선 ‘상호 방위’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콜비 차관은 이어 “펜타곤의 누구도 동맹국에 백지 수표(blank check)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동맹국 모두가 서로에게 기여 수준의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는 우리가 나토나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것과 유사한 접근 방식”이라고도 했다.

한편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필리핀과의 상호방위조약에 대해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우리의 군대와 항공기 또는 공공 선박에 대한 무력 공격에 적용된다”며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군과 필리핀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했다.

亞 ‘집단방위’ 꺼낸 美, 中견제 한미일 협력-주한미군 역할 확대 시사


콜비 美차관, 나토식 ‘집단방위’ 언급… 이달말 발표 새 국방전략에 담길듯
日주장 ‘원 시어터’ 구상과 유사… 韓 등 亞동맹에 국방비 증액 압박할듯
美국방, 比서도 전략적 유연성 강조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사진)이 21일(현지 시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에 ‘집단 방위’ 개념을 공개 언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대중(對中) 안보 전략의 밑그림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주로 사용해 온 ‘집단 방위’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 사용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인도태평양 지역 분쟁에 한국 등 동맹국도 군사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새 국방전략(NDS)에도 이 같은 방향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콜비 차관이 언급한 ‘집단 방위’는 여러 국가가 연합해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한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전체 동맹이 공동 대응하는 구조다. 실제로 나토 헌장 5조에는 한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 방위 규정이 명시돼 있다.

미국은 그동안 양자 안보조약을 맺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는 상대국이 공격을 받으면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상호 방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강화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끼리 군사력과 방위자원, 정보 체계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원하는 구상인 ‘통합 방위’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이에 앞서 콜비 차관은 자신이 일본과 호주에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역할을 할 것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달성을 이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여기엔 동맹국들이 국방비 지출과 집단 방위와 관련된 기타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콜비 차관이 집단 방위 개념을 부각한 것은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장으로 묶어 집단 안보 구조로 확장하자는 이른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주창한 바 있고, 원시어터 명분 아래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모두 미국-일본-한국 공동 방어 범위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도 계속되는 만큼 이에 대한 호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을 지낸 박철균 북한대학원대 겸임교수는 “‘집단 방위’ 개념을 언급한 건 당장 아시아판 나토를 신설한다는 의미보다는 대만 방어와 중국 견제에 동맹국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전 부처가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콜비 차관은 올해 3월 미 의회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도 한미일 간 방공체계를 완비하는 IAMD(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개념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새 NDS에도 집단 방위 개념과 통합 미사일방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논의가 담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집단 방위 체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美국방 “미국-필리핀 상호방위 조약, 태평양 어디서든 적용”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오른쪽)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과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필리핀 측에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의 공격이 있을 경우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워싱턴=AP 뉴시스
美국방 “미국-필리핀 상호방위 조약, 태평양 어디서든 적용”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오른쪽)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과 상호방위 조약을 맺은 필리핀 측에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의 공격이 있을 경우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워싱턴=AP 뉴시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1일(현지 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이 태평양 전역, 남중국해까지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아태 지역을 ‘최우선 전략지역(priority theater)’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필리핀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힘에 의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 전략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미국이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충돌할 경우 한국에도 군사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으며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도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집단 방위#아시아 동맹국#대중 안보 전략#한미일 안보협력#주한미군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