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매설 지뢰에 군인 부상”
태국, 대사 추방 하루만에 군사충돌
양국 모두 “상대방이 먼저 공격”
접경지 고대 사원 놓고도 오랜 갈등… BBC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로켓 공격에 불타는 태국 주유소 24일 태국 북동부 시사껫주 반푸 지역의 주유소가 불타고 있다. 태국 현지 언론은 이 주유소가 캄보디아군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태국군에 따르면 이 주유소에서만 민간인 6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태국도 이날 F-16 전투기를 출격시키며 대응에 나섰다. 오랜 기간 국경 분쟁을 겪어 온 태국과 캄보디아는 최근 상대를 향한 군사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X 캡처
태국과 캄보디아군이 24일 양국 접경지에서 교전을 벌여 최소 11명의 태국 민간인과 1명의 태국군이 숨지고 3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태국은 하루 전에도 “캄보디아가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인들이 다쳤다”며 자국 주재 캄보디아 대사를 추방했다. 하루 만에 군사 충돌로 대규모 사상자까지 발생한 셈이다. 다만 캄보디아측 사상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두 나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성지(聖地)’를 뜻하는 11세기 크메르 유적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의 영유권을 두고도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다. 또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캄보디아를 사실상 통치하고 있는 훈 센 상원의장(전 총리)에게 자국군을 험담한 사실이 드러나 헌법재판소로부터 직무 정지를 당한 상태다. 두 나라의 분쟁 역사가 깊고 지도자의 거취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분간 갈등과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태국 vs 캄보디아 “상대방이 먼저 공격”
24일 오전 8시 반경 태국 동부 수린주와 캄보디아 북서부 오다르민체이주 사이의 국경 지대에서 교전이 벌어져 태국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두 나라는 모두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국 군인들은 무인기(드론)가 선회하는 소리가 들린 이후 태국군 기지에 접근한 무장 캄보디아군 6명이 총격을 가하면서 교전이 벌어졌다고 주장한다. 또 캄보디아가 의도적으로 민간인 밀집지에 다연장로켓 ‘BM-21’을 발사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규탄했다. 태국은 일대주민 4만여 명을 급히 대피시켰다. 또 F-16 전투기를 급히 출격시켜 대응에 나섰다.
태국 측은 최근 캄보디아가 국경 지대에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해 자국 군인의 피해가 커졌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총리 권한대행인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23일 “캄보디아 측이 매설한 지뢰로 태국 군인들이 부상을 당했다”며 주태국 캄보디아 대사를 추방하고 캄보디아 주재 태국 대사를 소환했다.
반면 캄보디아 측은 지뢰 매설 사실도 부인하고 이날 공격 또한 태국이 먼저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24일 “태국군의 선제 공격이 있었기에 방어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훈 센 의장은 “태국군의 포격 공격을 당했지만 우리 군을 믿고 차분하게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 힌두교 사원 영유권 분쟁 역사도 깊어
태국 영토쪽으로 로켓탄을 발사하는 캄보디아군 BM-21 다연장로켓. X(구 트위터) 캡처두 나라는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두고도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를 통치하던 프랑스 군대가 1953년 캄보디아에서 철수한 뒤, 태국이 이 사원 일대를 점령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캄보디아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태국의 사원 점령은 부당하다”며 제소했다. ICJ는 1962년, 2013년 모두 “사원의 소유권은 캄보디아에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태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11년에도 두 나라가 사원 일대에서 충돌해 20여 명이 숨졌다. 패통탄 총리가 지난달 15일 훈 센 의장과 나눈 통화가 유출되면서 태국에서는 반(反)캄보디아 여론 또한 고조되고 있다. 당시 패통탄 총리는 부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돈독한 훈 센 의장을 ‘삼촌’이라고 불렀다. 또 국경지대에서 태국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국군 사령관을 험담했다. 패통탄 총리는 훈 센 의장에게 “원하시는 것을 다 해드리겠다”며 저자세로 일관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여파로 직무까지 정지된 상태다.
● 두 나라 모두 전면전은 부담
다만 전면전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양국 모두 내부 상황이 전쟁을 일으킬 만큼 녹록지 않아서다. BBC는 “캄보디아는 경제난, 태국은 정치 갈등이 심각해 현 상황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태국이 군사력, 경제력 등에서 캄보디아보다 훨씬 우위에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다만 패통탄 총리 논란에서 보듯 태국의 정계 갈등이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 분쟁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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