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카라뷔크주 차부슐라르 마을 인근 숲에서 산불이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 2025.07.24. [차부슐라르=AP/뉴시스]
26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 북서부 파르니타산 인근 크리오네리 마을에서 소방관들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2025.07.27. [크리오네리=AP/뉴시스]미국 중국 일본 튀르키예 그리스 등 전 세계 곳곳이 폭염, 산불, 폭우 등 ‘극한 이상 기후’에 신음하고 있다. 26일 그리스에서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유명 관광지 크레타섬 등 최소 5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당국이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습도가 낮은 상황에서 강풍으로 불이 빠르게 번지며 더욱 사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인근 튀르키예, 불가리아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고온과 낮은 습도, 강풍이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하고 이 여파로 일대 기온이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일대에는 7월 내내 15도 내외의 ‘쌀쌀한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중국 베이징과 인근 허베이성 등에도 폭우가 내렸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28일 오전 11시까지 허베이성 청더의 일일 강수량은 223.7mm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에도 “풍력 발전은 고래를 죽이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탄소 배출 감축 같은 국제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 지중해 뒤덮은 폭염과 산불
영국 BBC 등에 따르면 26일 그리스 크레타섬에서는 산불 여파로 관광객 5000여 명이 대피했다. 그리스 당국은 자체 진압이 어렵다고 보고 유럽연합(EU)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탈리아, 체코 등이 소방 항공기 등의 지원에 나섰다.
튀르키예에서도 27일 하루에만 최소 84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서부 부르사에서 최소 170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부르사에서 수도 앙카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 또한 일시 폐쇄됐다. 20일부터 대규모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는 튀르키예에선 화재 진압 과정에서 최소 14명의 소방관과 구조대원 등이 숨졌다. 25일 튀르키예 동남부 시느라크주의 기온은 50.5도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산불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버몬트주 등 북동부 일대에서도 폭염과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여파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화염에 따른 재, 연기 등이 덮쳐 상당수 지역에서 야외 활동이 쉽지 않다.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은 “해양 온난화 여파 등으로 최근 10년간 수도 도쿄의 8월 평균 습도가 열대성 기후인 태국 방콕보다 높았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 기상청(NWS)은 샌프란시스코의 올 7월 평균 기온이 15.2도에 불과해 이례적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 “풍력 발전은 사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07.27 [턴베리=AP/뉴시스]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책에 미온적이다. 그는 27일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풍력 발전이 고래 폐사를 유발한다. ‘사기(con job)’”라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이 소유한 턴베리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이후 취재진에게 “마지막 18번홀에서 풍력 발전기 9개가 보였다. 정말 아쉽지 않나”라며 “(풍력 발전은) 매우 비싸다. 독일도 풍력 발전을 시도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풍력 에너지 사용을 비판했다. 이어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 일대에는 단기간에 고래 18마리의 사체가 떠밀려 왔다”며 “그것(풍력 발전기)이 고래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에는 풍력 발전기가 절대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그는 인근 애버딘셔에 있는 또 다른 자신의 골프장 인근에 풍력 발전 단지가 건설되는 것에 반대했다. 스코틀랜드 당국을 상대로 개발 허가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재집권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또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추진 등 친화석에너지 개발 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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