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0m ‘핵 벙커’, 관광객 3만 몰린 ‘핫플’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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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핵미사일 기지, 리투아니아 인기 여행 코스

소련이 냉전기 서유럽을 겨냥해 만든 리투아니아의 지하 핵미사일 기지가 ‘냉전 박물관’으로 재탄생하며 이색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깊이 30m 미사일 사일로 등 실제 군사 시설을 전시해, 냉전 시대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사진=X 캡처)
소련이 냉전기 서유럽을 겨냥해 만든 리투아니아의 지하 핵미사일 기지가 ‘냉전 박물관’으로 재탄생하며 이색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깊이 30m 미사일 사일로 등 실제 군사 시설을 전시해, 냉전 시대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사진=X 캡처)

냉전 시대 소련의 극비 핵미사일 기지가 리투아니아의 인기 관광지로 탈바꿈하며 세계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30일(현지시간) CNN은 “리투아니아 서부 제마이티야 국립공원의 ‘플록슈티네 미사일 기지’가 지난해에만 약 3만5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지역 명소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 NATO 겨냥
한 벙커, 지금은 ‘냉전 박물관’
사진=X 캡처
사진=X 캡처

플록슈티네 미사일 기지는 1962년, 소련이 서유럽과 스칸디나비아를 겨냥해 건설한 지하 핵무기 시설이다. 리투아니아는 당시 소련령이었고, 발트해 인근에 위치해 NATO 타격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꼽혔다.

기지 건설에는 약 1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투입됐으며, 완공까지 2년이 걸렸다. 지하 30m 깊이에는 R-12 드비나(Dvina) 중거리 탄도미사일 4기를 수용할 수 있는 수직 사일로와 지휘소, 발전소 등이 구축됐다.

또한, 3.2km에 달하는 전기 철조망과 깊은 숲이 주변을 둘러싸 외부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 지하 벙커, 냉전 시대 그대로 보존

사진=X 캡처
사진=X 캡처

1978년, 미국 위성정찰에 의해 뒤늦게 존재가 드러났지만, 냉전 해소 이후 방치됐다. 그러나 2012년부터 일반에 공개되며 ‘냉전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레닌과 스탈린의 흉상, 낫과 망치 문양이 새겨진 도자기와 깃발 등 당시의 선전물이 전시돼 있다. 또한, 군사복을 입은 실리콘 마네킹, 미사일 연료 탱크, 발전소 내부 구조물, 산소 마스크 등 실물 군사 장비도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사진=X 캡처
사진=X 캡처

핵심 전시물은 R-12 드비나 미사일 사일로다. 사일로란 미사일을 땅속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발사할 수 있게 만든 큰 구멍이다. 방문객은 깊이 30m의 세로로 뚫린 아찔한 사일로 위를 직접 내려다볼 수 있다.

기지 인근에는 과거 군인 300명이 거주하던 군사 마을도 남아 있다. 한때 여름 캠프로 활용되기도 했던 이 지역은 현재 여행자들이 역사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인근에는 플라텔레이 호수, 18세기 목조 교회, 전통 가면 박물관 등 다양한 관광 자원도 함께 자리해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한때 핵전쟁을 상정하고 구축된 벙커는 이제 여행자들의 카메라에 담기는 ‘이색 명소’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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