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알까기 골프’ 부정행위 모습. 원 안이 캐디가 던져 놓은 골프 공이다. 유튜브 캡처
“트럼프는 단순히 골프만 치지 않는다. 그는 스리카드몬테(three-card monte: 카드 마술의 일종) 딜러처럼 속임수를 쓴다. 던지고, 차고, 움직인다. 트럼프가 회원으로 있는 골프클럽에서 그가 공을 발로 차 페어웨이로 보내는 모습을 자주 봤던 캐디들은 ‘펠레’라는 별명으로 그를 떠올린다.”
미국 유명 스포츠 기자인 릭 라일리가 2020년에 낸 책 ‘커맨더 인 치트(Commander in Cheat)’에서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기 골프’ 일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축구 레전드 펠레를 방불케 하는 ‘발차기 골프’로는 성에 안 찼던 것일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알까기 골프’ 장면을 찍은 영상이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7월 26일 스코틀랜드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다. 해당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벙커 근처로 골프 카트를 천천히 운전한다. 그런데 카트를 앞서가며 그가 친 공을 찾던 캐디가 벙커 앞에 공을 툭 던진다. 그러자 태연하게 카트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채를 들고 공 앞으로 향한다. 공이 사라졌을 때 시도되는 이른바 ‘알까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속임수는 그간 그와 골프를 같이 친 인사들의 증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트럼프 ‘알까기 골프’ 영상 SNS 확산
라일리의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부정행위 역사를 총망라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쳤거나 라운딩 장면을 목격한 프로·아마추어 골퍼, 골프장 관계자, 캐디 등 100여 명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개 골프장을 보유한 골프광으로, 자신이 클럽 챔피언십에서 18번이나 우승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라일리는 그중 16번 우승 기록은 거짓이고 나머지 두 차례 우승도 확실치 않다고 본다. “트럼프가 큰 공(지구)을 상대로 저지르는 거짓말이 이미 작은 공(골프공)을 상대로 저지른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라일리의 지적이다.
라일리 책에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부정행위는 다종다양하다. 대표 사례 중심으로 분류하자면 ‘캐디 사주형’ ‘자기 주도형’ ‘골프장 오너형’으로 나눌 수 있다. ‘캐디 사주형’은 최근 스코틀랜드 골프클럽 영상에서처럼 캐디를 ‘사주’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다. 라일리와 만난 한 골프장 캐디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언제나 주머니에 공 4개를 들고 다닌다” “그는 나무 밖으로 공을 던져주거나, 러프에서 공을 발로 차주거나, 라이를 푹신하게 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자기 주도형’은 말 그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골프 부정행위에 나서는 경우다. 라일리가 책에서 지적한 ①보이지 않는 손놀림과 ②빠른 제거 ③공 바꾸기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라일리에게 사람들이 증언한 트럼프식 사기 골프의 구체적 수법이다.
①“하루는 페어웨이에서 트럼프가 언덕 아래 그린에 있었다. 언덕 부근에서 그가 칩샷을 했는데 공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 뒤 그는 홀로 걸어가 손을 집어넣은 뒤 공을 꺼내 들었다. 아마 공을 계속 손에 쥐고 있던 듯했다. 그러더니 우리를 보고 ‘내가 칩인을 했다’고 소리쳤다.”
②“트럼프는 어프로치 퍼트를 하고 재빨리 다가가 상대가 제지하거나 ‘잠깐!’ 하고 외치기 전에 공을 집어 올린다. 심지어 공이 아직 멈추지도 않았는데 행동에 나선다. 누가 항의도 하기 전에 공은 이미 그의 주머니에 있다.”
③“하루는 18번 홀에 있었는데 그(트럼프 대통령)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그는 곧바로 카트에 올라타고는 먼저 갔다. 내가 맡은 골퍼는 페어웨이 가운데로 티샷을 보냈고 내가 확실히 봤다. 그날 최고의 티샷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우리가 공을 찾아 페어웨이 가운데로 갔을 때 공은 그곳에 없었다. 트럼프는 소리쳤다. ‘내가 방금 버디를 했다’고.”
‘골프장 오너형’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구사하는 부정행위다. 단순한 속임수라기보다 기록 조작에 가깝다. 가령 자기 골프클럽에서 치른 시니어 골프 챔피언십의 우승자를 다른 사람에서 자신으로 바꾸게끔 지시하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 퍼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올해 취임 후 골프장에서 45일 부정행위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거의 매 주말 골프장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전용 방탄 차량인 이른바 ‘골프 포스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며칠이나 라운딩을 즐겼는지 추산하는 사이트들까지 등장했다. 언론 보도나 SNS 게시물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행 횟수와 빈도를 세는 방식이다. 이 중 한 사이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이후 7월 30일까지 193일 중 45일을 골프장에서 보냈다. 물론 골프 여행 와중에도 대통령 업무를 볼 수는 있겠지만, 단순 계산하면 임기의 23.3%를 골프를 치며 보낸 것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2017∼2021) 때도 총 315회, 연평균 80차례 골프장을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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