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고용 현황이 나빠졌다는 통계가 나온 1일 에리카 매컨타퍼 노동부 고용통계국(LBS) 국장(53)을 전격 해고했다. 고용통계국은 고용과 소득 등에 관한 각종 데이터를 산출 및 관리하는 조직이다. 국장 임명에는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매컨타퍼 국장은 버지니아공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월부터 고용통계국장으로 재직해 왔다.
대통령의 입맛에 안 맞는 통계가 나왔다는 이유로 고위 공직자가 해고당하자 집권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두고 비판 목소리를 높인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을 향해 “철 좀 들라(ought to grow up)”고 말했다. 랜드 폴,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 등도 우려를 나타냈다.
● 5~7월 고용시장 급랭에 트럼프 격노
이날 미 노동부는 7월 비(非)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7만3000개 늘었다고 밝혔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 전망치(10만 개)를 크게 밑돌았다. 노동부는 앞서 발표한 5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도 기존 14만4000개에서 1만9000개로 대폭 낮췄다. 6월 증가폭 역시 14만7000개에서 1만4000개로 하향 조정했다.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매컨타퍼 국장은 지난해 대선 때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고 일자리 숫자를 (실제 수치보다 높여) 조작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썼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한 이 자를 즉시 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조치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한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고용통계국장을 지낸 윌리엄 비치 전 국장은 뉴욕타임스(NYT)에 “대통령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매컨타퍼 국장의 해고는) 다른 통계의 독립성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컨타퍼 국장과 함께 인구조사국에서 근무했던 경제학자인 마이클 스트레인은 워싱턴포스트(WP)에 “정부의 통계가 정확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았다는 믿음은 중요하다. 대통령이 통계를 정치화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두 달간 25만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식의 수정은 분명 이례적이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의 관세 및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등으로 고용 통계의 잦은 수정이 불가피하고, 최근 통계 작성에 배정된 예산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데이터 수집 및 새로운 통계 기법 개발에 필요한 자원 역시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공화당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루미스 의원은 “대통령이 통계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용통계국 국장을 해임했는데 그 수치가 정확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폴 의원도 “통계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해고되면 통계가 정치화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 고용에 빨간불 켜지며 다음달 금리 인하 가능성 높아져
고용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수입 물가 및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 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도 ‘트럼프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는 사설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와 성장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고용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을 감안해 다음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단 전망도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진행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2일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0.3%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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