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 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 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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