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에서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십자가에 매단 조각상을 전시하려다가 논란 끝에 취소됐다. 갤러리 측은, 최근 미국이 스위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12일(현지 시간) 일간 바즐러차이퉁(BaZ)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글라이스 피어(Gleis 4) 갤러리는 바젤 기차역 내에서 해당 작품을 전시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갤러리는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차역은 미술관과 달리 보안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되는 대규모 인파와 잠재적 혼란이 보안상 위험 요소로 판단돼 전시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갤러리 측은 다른 전시 장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갤러리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다만 스위스 연방철도(SBB)도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SBB 대변인은 “갤러리와 같은 혁신적이고 놀라운 공간은 역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지만, 원활한 인파 흐름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글라이스 피어(Gleis 4) 갤러리 인스타그램 캡처 문제의 작품은 영국 예술가 메이슨 스톰이 제작한 ‘성인 또는 죄인’(Saint or Sinner)이다.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팔다리가 묶인 채 십자가에 매달려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특히 그가 묶인 흰색 십자가는 독극물 주사 집형에 사용되는 간이침대를 연상시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스위스는 전시 취소 하루 전인 이달 7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은 39%의 상호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전시 취소가 관세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갤러리 측은 “미술관이 그런 이유로 예술 작품을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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