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를 잊지 말아달라”…공습에 숨진 알자지라 기자 생전 유언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2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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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인근에서 기자들이 전날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습으로 파괴된 취재용 천막을 살피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인 공습을 규탄하며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2025.08.12 가자시티=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인근에서 기자들이 전날 이스라엘군의 드론 공습으로 파괴된 취재용 천막을 살피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인 공습을 규탄하며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2025.08.12 가자시티=AP/뉴시스
“사슬이 여러분의 목소리를 막지 못하게 하십시오. 국경이 여러분을 가두지 못하게 하십시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숨진 알자지라방송의 아나스 알샤리프 기자(28)는 11일 X를 통해 공개된 생전 유언에서 이렇게 밝혔다. 가자지구 기아 사태에 이어 언론인 사망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알샤리프를 비롯해 자국 군대의 공습으로 숨진 숨진 언론인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투원이며 기자를 사칭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부지에서 알샤리프 등 알자지라방송 취재진 5명과 프리랜서 기자 1명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들은 전날 밤 이 병원 부지에 들어선 천막에 머물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

알샤리프는 2023년 11월부터 알자지라방송 가자지구 통신원으로 일했다. 이스라엘이 해외 언론의 가자 진입을 봉쇄한 상황에서 그는 기아 문제 등을 꾸준히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로이터통신에 사진 기사를 제공해 퓰리처상(속보 사진 부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작성한 유언에서 “나는 진실을 왜곡하거나 조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주저한 적이 없다”고 썼다. 네 살짜리 딸 샴과 한 살 아들 살라 등 남겨진 가족을 부탁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가자지구를 잊지 말아 달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알샤리프가 하마스 세포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과 민간인 군부대에 대한 로켓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생전 알샤리프와 소속 언론사인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의 이런 주장을 부인해왔다. 영국 BBC는 “알샤리프가 전쟁(2023년 10월 7일 발발) 이전 하마스의 미디어팀에서 일했다”면서도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 표적은 현역 전투원뿐이다. 과거 하마스의 미디어팀에서 일했다고 해서 현역 전투원인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인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하며 두려움과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일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186명의 언론인들이 이곳을 취재하다 숨졌다.

#가자지구#이스라엘#알자지라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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