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공동 기자회견 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2025.08.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만나 3시간가량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자평했다. 당초 이날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하지만 두 정상 간 어떠한 합의 내용도 발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
● 6년 만에 만난 미·러 정상…“생산적 회담” 자평
두 정상은 이날 오전 알래스카 최대 도시인 앵커리지 북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3대 3’ 회담을 가졌다. 당초 1대 1 회담이 예정됐으나 회담 직전 3대 3 회담으로 바뀌었다. 양국 정상을 포함해 미국 측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 측에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포크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이 배석했다.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도 예정돼 있었지만, 확대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두 정상의 회담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6년 만이다. 트럼프 2기 집권 후에는 통화만 했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5.08.16.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은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통상 미국이 외국 정상을 초청했을 때 미국 대통령이 먼저 발언한다. 푸틴 대통령은 “핵심 의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문제였다”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촉진하고, 사안의 핵심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진심으로 이 사태의 종식을 원한다”면서도 ”동시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을 위해 갈등의 근본 원인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 등을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은 매우 생산적이었다”면서 “몇 가지 큰 사안은 (합의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진척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 등에게 전화해 이번 회담 내용을 전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훌륭한 비즈니스 대표들이 (오늘) 함께했고, 모두 우리와 거래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경제 협력 등에서)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발언이 끝난 후 취재진들은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일체 질문을 받지 않았다.
● 트럼프, 3자 회담 가능성 시사…푸틴 이겼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양측 참모들과 함께 3대3 정상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08.16.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친(親)트럼프 인사’인 폭스뉴스 앵커 숀 해너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합의한 사항이 많았다”며 “대부분 합의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지만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앵커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라고 묻자 “합의하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일을 매듭짓는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며 “유럽 국가들도 관여해야 하지만 결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3자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3자 회담을 추진했으나 러시아 측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원한다면 다음 회담에 참석하겠다”며 “나와 젤렌스키·푸틴 대통령 셋이 회담을 잡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회담에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꽤 높다”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 도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음 회담 장소로 모스크바를 제안했다. 다만 실제 모스크바에서 회담이 열릴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제안에 “흥미롭다”며 “비판을 받겠지만 가능하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08.16.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요 교역국에 대한 관세 부과 등 2차 제재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는 회담에 앞서 휴전에 미온적인 푸틴 대통령을 향해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심각한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에 러시아 원유를 대거 사들이는 중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중국 관세 인상 가능성 등 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해 “2~3주 정도 뒤에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추가 제재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향후 2차 회담 논의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 추가 제재 조치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앵커의 말에 “(10점 만점의) 10점”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사실상 푸틴 대통령이 이긴 회담’이란 평가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한 존 볼턴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이 진 것은 아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긴 게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만남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와 휴전 등을 피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예상한 듯 회담 전날인 14일 기자들에 “(이번 회담은) 후속 회담을 위해 상을 차리는 것”이라며 기대치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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