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나를 위해 거래하고 싶어한다”
트럼프 주장 반박 않고 낙관론 폈으나
프랑스 TV와 인터뷰에서 속마음 드러내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알래스카 만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를 호위하는 독일, 프랑스, 영국, 핀란드,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도자들과 트럼프의 만남 모두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역사적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다룬 일련의 역사적 회담에서 만들어진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각국의 외교관들과 정책 전문가들이 이번 회담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회담 전과 회담 뒤 상황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일곱 명의 유럽 지도자들이 단결해 젤렌스키에 대한 지지를 과시했다. 이들은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대한 잠재적으로 중요하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트럼프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 따르면 푸틴이 평화 조건으로 제시한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문제에 대한 논의는 피했다.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요구해온 선 휴전 조건을 포기한 트럼프에 사실상 동조했다.
제라르 아로 전 주미 프랑스 대사는 “앵커리지와 워싱턴 회담 모두 공허한 모호함과 무의미한 약속이 가득했다. 분명한 결정은 없었으며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대화만 계속되고 아무런 성과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오해만 쌓이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외교관들은 유럽 지도자들이 여름휴가를 중단해가며 워싱턴에 집결하는 진기한 장면이 지난 2월 젤렌스키를 격하게 질책했던 트럼프가 다시 젤렌스키를 괴롭힐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이번엔 영토를 양보하라는 푸틴의 요구를 젤렌스키에게 강요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니컬러스 번스 전 주중 미 대사는 “젤렌스키와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자유에 헌신할 것으로 신뢰하지 못하며 독재자인 푸틴에 매혹돼 있는 점에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유럽 지도자들을 앞에 두고 푸틴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통화에서 푸틴이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제안하자 유럽 지도자들이 긴장했지만 트럼프가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푸틴이 나를 위해 거래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이해할 수 있나”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푸틴을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도록 설득하려다 실패했던 마크롱이지만 트럼프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오히려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여러분의 대통령이 평화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그런 마크롱이 다음날엔 프랑스 LCI 방송과 인터뷰에서 푸틴을 “이웃을 잡아먹어야 살아남는 오거(식인 괴물)”로 묘사해 트럼프 앞에서 감췄던 속마음을 드러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