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앞줄 왼쪽)과 그의 여동생 카리나. 부에노스아이레스=AP 뉴시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여동생인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뇌물수수 의혹 등 정치 스캔들에 휩싸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암비토, 페르필 등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의 친구인 디에고 스파그누올로 국립장애인청장이 현지 제약회사인 수이소에 정부와 장애인 공공의료품 구매 계약을 맺을 경우 계약금의 8%를 뇌물로 요구하는 녹취가 최근 공개됐다. 특히 녹취에는 계약금의 8%인 뇌물 중 3%가 카리나의 몫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카리나는 밀레이 대통령의 친여동생이다. 그는 미혼인 밀레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며, 아르헨티나 안팎에선 ‘밀레이를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란 평가가 나온다. 말 그대로 밀레이 정권의 핵심 막후 실세인 것.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과 암비토는 2023년 대선 과정에서 카리나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에 빗대어 ‘아르헨티나의 김여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정권의 실세 중 하나로 여겨졌던 스파그누올로를 전격 경질했다. 하지만 카리나는 여전히 대통령 비서실장 직을 유지하고 있다. 또 녹취의 진위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야당의 고발로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세바스티안 카사네요 판사는 22일 14개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고, 이 과정에서 스파그누올로의 휴대전화 2개와 지폐 계수기를 확보했다. 뇌물 제공 의혹을 받는 수이소의 이사 한 명도 거액을 가지고 도주하다 검거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그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긴축 정책으로 내부적으로 큰 반발을 불렀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등 아르헨티나 경제의 펀더멘털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은 ‘녹취 스캔들이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가속화되면서 밀레이 정부가 일종의 동면 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또 취임 2년(올 12월)을 앞두고 밀레이 대통령이 여동생의 뇌물수수 의혹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단 진단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10월 총선을 앞둔 여당 내 권력다툼 과정에서 관련 녹취가 유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리나가 사실상 여당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공천에서 배제된 인사들이 내부 고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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