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평양 회담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형제적인 러시아 군대와 인민을 위해 함께 투쟁할 것이다. 앞으로도 형제적인 의무로 러시아를 도울 용의가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게 계속 러시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이 쿠르스크(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격전지) 해방을 도왔다. 귀국의 장병들이 용감하고 영웅적으로 싸웠다는 점에 주목하고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국민 전체에게 따뜻한 감사의 말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뉴시스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 중인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양자 정상회담 직전 연회가 끝난 후 한 차량에 같이 탑승해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차에 타기 전 두 정상은 서로 상석(조수석 뒷 자리)에 앉길 권하다가 결국 푸틴 대통령이 앉았고, 김 위원장은 그 옆에 앉았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이 차에 함께 탔다.
두 사람이 탄 차는 외관 등으로 미루어 러시아가 만든 ‘아우루스 세나트’로 추정된다. 다만 번호판은 중국어가 있어 중국 번호판 형식이었다. 아우루스 세나트는 푸틴 대통령이 취임식이나 해외 국빈 방문 등 공식 행사에서 이용하는 러시아제 최고급 리무진 세단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이 차를 선물하기도 했다.
회담장은 중국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이 묵는 댜오위타이 국빈관에 마련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사이에 두고 각각 왼쪽 오른쪽에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던 두 정상은 회담장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회담 전 모두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먼저 시작했다. 그는 “북한의 특수부대는 새 조약을 완전히 준수해 쿠르스크 지역 해방에 참여했다”며 “러시아 국민을 대표해 현대 신나치즘과의 공동 투쟁에 참여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조약 체결 이후 여러 방면에서 우리 두 나라의 협조가 강화됐다”며 “조약 의무에 따라 현대적인 군대, 인민과 함께 투쟁했는데 (푸틴) 대통령께서 여러 기회를 평가해주시고 높이 평가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지난해 6월 북러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을 체결한 뒤 밀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내가 당신과 러시아 인민을 위해서 할 수 있고 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의무로 간주하고 모든 걸 다해서 도울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를 향해 수차례 “형제, 자매”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날 회담에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이 배석했다.
북한 측 배석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정식 회담은 1시간 반 넘게 진행됐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대표단이 동석한 정식 회담이 끝난 뒤에도 비공식 단독 회담 형식으로 약 1시간 가량 다시 일 대 일 대화를 이어갔다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총 2시간 반 가량 대화를 나눈 셈이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차까지 안내하는 동안 “우리에게 오라”며 러시아로 초청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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