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극히 보기 힘든 반인륜 범죄…양심에 충격 줘”
인도, “흰 피부 여성이 좋다” 편견 뿌리깊어
짙은 피부로 조롱·멸시·차별받아·차별 못견뎌 극단 선택도
8년 전 남편에 의해 산 채로 불태워져 숨진 락시미의 모습. 아내의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아내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인 인도의 한 남성에게 인도 법원이 지난달 30일 사형을 선고했다고 BBC가 3일 보도했다. 사진 출처 =BBC
아내의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아내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인 인도의 한 남성에게 인도 법원이 지난달 30일 사형을 선고했다고 BBC가 3일 보도했다.
인도 북부 우다이푸르에 살던 락시미는 2017년 6월24일 밤 남편 키샨다스에 의해 불에 타 죽었다. 그녀는 병원으로 옮겨져 숨지기 전 “남편이 늘 자신을 ‘칼리’(검은 피부라는 의미)라고 부르며 모욕했고, 오늘 밤에도 ‘피부를 하얗게 해주는 약’이라며 갈색 액체가 든 플라스틱 병을 가져와 내 몸에 발랐다. 산성 냄새가 난다고 불평하자 남편이 불을 붙인 뒤 남은 액체를 나에게 붓고 도망쳤다”고 진술했었다.
락시미와 키샨드라는 사건 1년 전인 2016년 결혼했었다.
우다이푸르 지방법원의 라훌 초다리 판사는 “이 살인은 극도로 보기 어려운 희귀한 반인륜 범죄”라며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키샨다스의 변호사는 “의뢰인은 무죄이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샨다스에 대한 사형 선고는 짙은 피부색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인도에서 언론의 큰 관심을 끌며 대서특필됐다.
초다리 판사는 “이 가슴 아프고 잔혹한 범죄는 락슈미에게만 가해진 것이 아니라 반인륜적 범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키샨다스는 아내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고, 불붙은 아내의 몸에 남은 액체를 끼얹는 잔혹함을 보였다. 건강하고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류의 양심에 충격을 주는 범죄“라고 말했다.
디네시 팔리왈 검사는 판결에 대해 ”역사적 판결“이라며, ”인도 사회에 교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됐다. 그녀는 누군가의 여동생이었고, 누군가의 딸이었고,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가 우리의 딸들을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구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키샨다스는 30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다. 키샨다스의 변호사 스렌드라 쿠마르 메나리야는 ”락시미의 죽음은 사고였으며, 키샨다스는 잘못 기소된 것이고, 범죄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인도 사회의 뿌리 깊은 흰 피부 선호가 갖는 문제점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인도에서 피부색이 어두운 소녀와 여성들은 경멸과 조롱의 대상이며,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피부를 하얗게 해주는 미백 제품은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올리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피부가 흰 편인 여성이 인기가 많으며, 신부로서도 1등 신부감으로 여겨지고 있다. 과거 많은 인도 여성들이 어두운 피부색에 대한 남편의 조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허다하게 발생했었다.
인도 운동가들은 흰 피부가 더 낫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뿌리 깊은 편견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검은 피부의 여성들은 계속 차별에 시달리며 힘겨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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