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사진)이 당초 불참을 예고했던 3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전격 참석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벌어진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로 같은 달 30일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를 뒤집고 중국행을 택했다. 경제 협력 등을 미끼로 인도네시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의 압박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프라보워 대통령을 만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국에 온 것은 양국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반색했다. 이어 “중국은 인도네시아가 조속히 질서와 안정을 회복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프라보워 정권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프라보워 대통령 또한 “인도네시아와 중국은 진정한 친구”라며 “중국과의 관계는 인도네시아의 외교 정책에서 가장 중요하다. 양국 관계 또한 역사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에 있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 참여국이다. 2023년 10월에는 중국 자금 73억 달러(약 10조2200억 원)를 지원받아 최초의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동 주요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는 하원의원에게 지급되는 각종 혜택, 오토바이 배달 노동자의 사망, 고질적인 양극화 등에 불만을 제기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거세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하원의원 580명에게 도시 근로자 월급의 약 10배에 달하는 월 5000만 루피아(약 423만 원)의 주택 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시위가 전국 곳곳으로 번졌다.
특히 같은 달 28일 오토바이 배달기사 아판 쿠르니아완 씨(21)가 시위를 진압하려던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번졌다. 현지 매체 템포 등은 이번 시위로 2일까지 최소 10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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