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했다고 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소규모 다과회와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 경제·무역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일본 언론은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앞서 김 위원장과 만나 북중 결속을 확인, 북한 핵문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내비친다”고 분석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6년만 방중을 받아들였다며 이같이 해석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상호 이해와 우호를 심화해 각 분야의 실무 협력을 전개할 것”이라며 북한 경제 발전 지원 의향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북중이 “국제·지역 문제에 있어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공통 이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그간 대북 경제 지원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호혜적 경제 무역 협력을 심화해 더 많은 성과를 얻겠다”고 답했다.
북중 관계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한 2023년 이후 냉각됐다. 중국은 미·유럽·일본 등의 북러 제재의 불똥이 자국에 튀는 점, 한반도 정세 고조 등을 경계하며 북러 군사 협력과는 거리를 뒀다.
북중 고위급 교류도 정체됐다. 북중 수교 75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4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북한 이후 고위급 인사들의 공식적인 왕래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3일에는 시 주석이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 김 위원장은 행사에서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며 위상을 과시했다.
닛케이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푸틴만큼 후대했다”며 그가 ”중조(북중) 관계 복원을 연출한 배경에는 미조(북미) 정상이 조만간 회담해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협의 재개가 현실화 되는 데 대한 초조함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조 협의가 시작되면 중국은 고립될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시 주석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핵문제 주도권을 쥐는 게 이득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은 북한과의 밀착을 과시하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력을 높이고, 대미 관세 협의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 김 위원장과 각각 연내 회담하는 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신문은 북중이 안보 면에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주장하며 대러 군사 지원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군사 전용이 가능한 전자 기기 등의 대러 수출도 부인하고 있다. 중국이 북러 군사 협력에 가세할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 정권은 대만 통일을 위한 무력 행사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유사시 중러 양국 군이 공동 투쟁하며 북한이 가세하는 사태는 부정할 수 없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한반도 유사시에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러가 군사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세관총서에 따르면 북중 무역 총액은 올해 1~7월 14억6584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나 증가했다.
닛케이는 이를 두고 북중이 한 층 더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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