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차-LG엔솔 ‘불법 고용’ 수사…한국인 포함 450명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5일 1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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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단속국-국토안보수사국 합동으로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 전격 진입
“건설현장 무증명 이민자 대상 작전”
관광비자 소지한 한국인 출장자 체포된 듯

영상캡쳐=소셜미디어 엑스
영상캡쳐=소셜미디어 엑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조지아주(州) 서배나에 건설 중인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HL-GA 배터리회사’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단속을 벌여 450여 명을 체포했다. 현지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불법 이민자 단속 사례 중 최대 규모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장 건설에 차질을 빚을 경우 현대차와 LG엔솔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FBI-마약단속국까지 동원 단속… 450여명 체포

4일(현지 시간) AP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당국은 ICE, HSI뿐 아니라 ERO(단속추방팀), FBI(연방수사국), DEA(마약 단속국), ATF(주류·담배·총포 담당국), CBP(세관 및 국경 순찰대), 미국 보안관, 조지아주 순찰대까지 동원해 서배나 건설 현장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450여 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여기에는 한국인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한국인들은 회의, 계약 목적 등의 ‘B1’과 관광 목적의 ‘ESTA’ 등 비자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STA는 단기 근로 목적으로 사용할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민당국은 소지한 비자 종류와 체류 목적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허용된 체류자격을 넘어서 활동한 것으로 본다.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한국인 출장자들도 다수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속은 전기차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공장에 대해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옆의 신공장 건설 현장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외신에 따르면 조지아주 순찰대는 현대차 공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봉쇄했다. 조지아주 공공안전부는 연방 당국 지원을 위해 순찰대가 파견했다. 단속 내내 현장 상공에는 헬기가 날아다니며 경계했다. 현장에는 수백 대의 경찰차와 군용 차량인 험비가 목격됐다. 체포자를 수송하기 위한 대형 버스들이 진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 美 당국 “불법 이민자 다수 체포, 불법 고용 수사”

ICE 대변인 린지 윌리엄스는 “연방 당국이 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단속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단속이 배터리 건설 현장에 초점을 맞췄다고 확인했다.

조지아 주 국토안보수사국(HSI)을 담당하는 특별요원 스티븐 슈랭크은 단속 현장 브리핑에서 “오늘 제 뒤에서 HSI 요원들과 ICE, ERO, FBI, DEA, ATF, CBP, 미국 보안관, 조지아주 순찰대가 사법적으로 허가된 집행 작전을 수행했다”며 “저 뒤의 수백 에이커에 달하는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 고용 관행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증명 이민자 다수가 체포”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요원들의 최루가스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지금까지 작전은 안전하게 수행됐다”고 말했다.

ⓒ뉴시스


● 현지 언론 “조지아에서 가장 큰 제조시설”

현지매체 WSAV는 ATF의 성명을 인용해 이번 단속 작전에서 약 450명이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노란색 안전 조끼를 입은 작업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HSI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요원이 이들에게 “우리는 국토안보부다. 현장 전체에 대한 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서배나모닝뉴스(SMN)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요원들이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지시했고, 그렇지 않으면 체포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경찰은 직원들의 시민권이 확인될 때까지 이들을 구금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사람들이 ‘케이블 타이’로 묶여 표시가 없는 버스에 실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다른 집단의 사람들은 케이블 타이로 묶이지 않았지만, 출입국 서류 확인을 위해 검문 중이었다”고 했다.

외신은 “이번 단속 작전은 조지아주에서 가장 크고 주목받는 제조 시설 중 하나를 표적으로 삼았다”며 “주지사와 관계자들은 이 공장을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개발 프로젝트라고 홍보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년 전 76억 달러 규모의 이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으며, 약 12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HL-GA 배터리회사는 성명을 통해 “관계 당국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당국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건설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공사 현장은 단속 직후 멈췄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 현대차 “보도 보고 현지 법인과 연락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재집권 이후 농장·건설 현장 등지에서 불법 이민자 단속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6개월 동안 미국 노동시장에서는 합법 및 불법 이민자 120만 명 이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현지 법인 등을 통해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압수수색 보도 이후 현지 법인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미국 이민단속국#현대차#LG엔솔#배터리공장#불법고용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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