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에 따르면 단속은 마치 군사 작전처럼 이뤄졌다. 경찰이 공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막은 뒤 약 500명의 단속요원이 현장을 급습했다. 이번 단속에는 알코올·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뿐만 아니라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등 다수의 미국 정부 기관이 동원됐다.
요원들은 현장에 있던 건설 근로자 등을 한 명 씩 붙잡아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무는지’ 확인했다. 이후 일부는 출국을 허용하고 나머지는 포크스턴에 위치한 구금 시설로 이송했다. 이 작업은 오후 8시에야 끝이 났다고 한다.
실제 단속에는 헬기와 군용 차량 등이 동원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근로자는 “요원들이 벽을 따라 줄을 서라고 했고 1시간가량 서 있다가 다른 구역으로 옮겨졌다”며 “(이후) 다른 건물로 들어가 처리받았다”고 했다. 또다른 근로자는 “요원들이 들이닥쳤다는 소리에 환기구 안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며 “정말 더웠다”고 털어놨다.
요원들은 근로자의 신원 정보를 건네받은 뒤 이상이 없는 이들에게만 ‘약식 허가증’을 줬다. ‘출발 허가’라고 쓰인 이 종이를 현장 입구에 있는 다른 요원에게 보여줘야만 공장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사진 (출처=ICE 홈페이지)
ICE는 단속 하루 만인 이날 홈페이지에 당시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2분 34초분량으로 헬기와 군용 차량이 공장으로 향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어 근로자들을 밖으로 내보낸 뒤 줄을 서게 했다. 한 근로자는 케이블 타이에 손이 결박된 채 버스에 올라탔고 일부 근로자는 다리와 양손에 체인이 묶이기도 했다. 또 경찰 버스에 양손을 댄 채로 요원들의 수색에 협조하는 근로자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 중 2명은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경찰에 발각돼 물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ICE 측은 “체포된 이들은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사진 (출처=ICE 홈페이지)
이번 단속으로 한국인 등 근로자 475명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이 중 약 300명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비즈니스 회의, 계약 목적으로 받는 ‘B1’ 비자와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미국에 체류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지 모두 급여를 받는 ‘육체노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스티븐 슈랭크 국토안보수사국(HSI) 특별수사관은 “475명 전원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있었다”며 “일부는 비자 면제를 받아 취업이 금지됐고 일부는 비자를 초과해 체류했다”고 말했다.
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사진 (출처=ICE 홈페이지)
정부는 현장에 주미 대사관의 총영사를 급파했고, 주한미국 대사 대리를 통해 미국 정부에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대사관과 총영사관 중심으로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외교부는 6일 조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재외국민보호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외교부 고위급 관계자가 파견되는 방안이나 필요하면 제가 워싱턴에 직접 가서 미 행정부와 협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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