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규제 정면충돌 양상
“온라인 광고에 시장 지배력 남용”… EU, 쇼핑 검색 등 이어 4번째 ‘철퇴’
트럼프 “매우 불공정… 용납 안할것”
“韓 플랫폼법도 목표 될 수도” 우려
유럽연합(EU)이 구글이 EU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반(反)독점 행위를 했다며 29억5000만 유로(약 4조8000억 원)의 과징금을 5일 전격 부과했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무역법 301조를 발동해 EU에 보복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글 또한 소송전을 예고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둘러싼 EU와 미국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와 농산물을 대거 수입하는데도 유럽은 미국산 상품을 충분히 수입하지 않으며 미국 빅테크에도 유럽 IT 기업보다 강한 규제를 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재집권 직후인 올 2월에도 “EU는 미국을 벗겨먹으려고(screw)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양측의 갈등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구글이 2014년부터 경쟁사에 불리하게 자사 온라인 광고 서비스를 운영하며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에 “자사 우대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해 상충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 또한 60일 안에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EU는 구글이 자사 온라인 광고 판매소 ‘애드 익스체인지(AdX)’를 우대한 것이 ‘불공정 행위’라고 보고 있다.
구글에 대한 EU의 반독점 과징금 처분은 이번이 네 번째다. 구글은 2017년 쇼핑 검색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 혐의로 24억2000만 유로(약 3조9000억 원), 2018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경쟁 방해를 한 혐의로 43억4000만 유로(약 7조1000억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EU는 2019년 애드센스 플랫폼에서 경쟁사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구글에 14억9000만 유로(약 2조4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3년 6월에는 구글에 광고 분야 일부 사업을 매각하라고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서 EU를 비판하며 “매우 불공정하다. 미국 납세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고 차별적 대우에 대응하는 ‘무역법 301조’를 거론하며 보복을 시사했다. EU가 애플로부터 이미 징수한 과징금 또한 부당하므로 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패권 경쟁 중인 중국산 선박에도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했다. EU에 대한 조치도 조만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 내부에서는 이번 과징금 부과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로시 셰프초비치 무역·경제안보 집행위원이 과징금 부과에 반대해 왔다고 블룸버그 등이 전했다.
● 美, 韓 플랫폼법도 예의 주시
일각에서는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 또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 인도 브라질 터키 등 디지털 무역에 관한 새 규정을 검토하는 세계 주요국에 일종의 ‘경고 사격(warning shot)’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3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디지털 무역 정책 관계자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 측에 ‘빅테크 규제 법안을 막겠다’는 약속을 공동성명에 포함하자고 요구했지만 한국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은 구글, 애플 등은 물론 쿠팡, 네이버 등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업체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 강경파들은 이 법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중국 빅테크에만 유리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에도 “디지털 시장 규제, 디지털 세금 등을 시행하는 국가가 차별적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상당한 추가 관세와 기술·반도체 수출 제한을 시행하겠다”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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