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2025.9.6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8일(현지시간)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을 체포·구금한 사태와 관련해 “가까운 미래에도 이 같은 중대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한미 관계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해리스 전 대사는 이번 단속이 이례적이라며 “수개월 동안 준비해 왔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양국 관계는 여전히 정상 궤도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민 단속이 자주 발생할 경우 한미 양국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 문제가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 반복된다면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가까운 시기에 그것이 실현되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미국 행정부가 현대차 공장 급습과 같은 추가 단속을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놈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우리는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매일 필요한 만큼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이러한 무분별한 조치는 글로벌 파트너들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할 일을 했다. 조지아 내에서 운영되는 모든 회사는 조지아주와 연방 정부의 법을 따라야 한다”며 이번 단속을 옹호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단속이 많아질 경우 나쁜 소식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는 민주당과 공화당 측 대다수가 동의했다.
민주당 소속 태미 덕워스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재계 지도자들을 만나 관세와 이민법 집행이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세관단속국(ICE)를 이용해 회사에 공포를 조장하고, 미국은 사업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그리고 이는 우리 가족, 경제, 그리고 동맹에 큰 타격을 준다”라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번 사건이 해결된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언급하며 한미 양국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 그리고 지난 70여 년간 쌓아온 굳건한 한미동맹 덕분에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한국은 이로부터 교훈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한국인 근로자들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정부는 강제 추방 대신 자진 출국 방식으로 구금자들을 석방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사건의 조기 해결을 위해서는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전세기로 신속하고 무사하게 귀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내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를 통해 일괄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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