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카타르 수도 도하에 머물고 있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부를 9일 공습한 뒤 이스라엘과 카타르가 상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1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공습을 ‘9·11테러’ 주모자 오사바 빈라덴 제거 작전에 비유했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 및 전쟁을 벌여온 하마스 관계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공습이었던 만큼 정당한 조치였단 주장을 펼친 것. 이에 대해 카타르는 강하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후 영어로 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카타르는 하마스 지도부를 추방하거나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일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영토에서 최악의 만행을 저지른 날이다. 9·11 이후 어떤 국가도 테러리스트에게 은신처를 제공할 수 없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통과됐다”며 “이스라엘은 미국이 파키스탄에서 빈라덴을 죽인 것과 똑같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이슬람 무장 세력 알카다에가 일으킨 9·11테러 24주기를 맞아 이스라엘도 미국처럼 테러범을 제거하기 위해 카타르를 공습했다고 항변한 것이다. 또 카타르가 하마스를 보호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반면,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카타르 외교부 장관 겸 총리는10일 CNN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거론하며 “네타냐후 총리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의 자국 공습을 ‘국제 테러’라고 비난했다. 카타르는 이번 공습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도하에서 14, 15일에 아랍·이슬람 국가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이 적대국이었던 이란, 예멘, 레바논에 이어 중재국 카타르까지 공격한 건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는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미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의 우방이다. 또 중동 지역 중재국을 자처하며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과 교류해 왔다.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카타르 공습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이 이뤄진 9일 네타냐후와의 통화에서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며 언성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그간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영국도 한층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키어 스타머 총리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간 회동 직후 보도자료에서 “총리는 이스라엘의 도하 공습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대한 기존 강경노선을 바꿀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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