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인 왜 하냐” 했더니…美 “무역협정 사인하든지 관세 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2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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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 “李 백악관 와서 합의문 서명 안해”
3500억달러 투자 세부사항 협상 진행중 압박
구금 사태 야기한 전문인력 비자 관련해선
“트럼프, 입국-교육-출국 ABC 원칙 제시할 것”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AP=뉴시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AP=뉴시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간 무역, 관세 협정에 대해 한국이 합의를 수용하거나 관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번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일본과는 달리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연성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선택지는 명확하다. 관세를 내거나 협정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7월 말 한미가 큰 틀에서 무역 합의에 도달한 뒤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기금 조성 방식과 수익 배분 문제 등 세부사항을 두고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한국 측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이후 관세 협상 최종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에 방어하러 간 것”이라며 “이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인을 왜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대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인 못 했다고 비난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또 일본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미·일 간에는 수익을 50대 50으로 나누다가 이후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구조로 합의했다”며 한국도 이 같은 방식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과 관련한 전문 인력 비자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경험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는 A는 들어와라, B는 미국인을 훈련시켜라, C는 본국으로 돌아가라 등 ABC 원칙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어 “직업학교나 커뮤니티 칼리지, 주립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하버드대와도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은 또 미국 정부의 이번 대규모 단속으로 약 300여 명의 한국인이 구금된 사태에 대해 “회사는 올바른 비자를 받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조지아주 현대자동차 공장 직원들은 잘못된 비자를 갖고 있었으며 올바른 비자를 받기 위해 나에게 전화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 쪽에 전화해 ‘제발 좀 제대로 된 비자(right visa)를 받아라. 비자를 받는 데 문제가 있으면 내게 전화해라. 내가 크리스티 놈(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전화해 제대로 된 비자를 받도록 돕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일을 하지 말라. 옛날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일을 제대로 하길 원한다. 이민을 원하나? 근로자들을 데려오고 싶은가? 적법한 절차를 밟아라. 더 이상 규정을 피해 갈 순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악시오스는 전문직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H-1B 비자는 지원자가 정원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러트닉 장관의 말처럼 적합한 비자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고 논평했다.
#미국#상무부#러트닉#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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